21일 오전 서울 중구 스파오 명동점에서 모델들이 '안티더스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셔츠와 슬랙스, 레인코트, 트렌치 코트 4가지 아이템 총 26가지 스타일의 스파오 안티더스트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섬유에 형성해 물이나 기타 오염 물질로부터 섬유를 보호하도록 해 각종 오염에 강하고 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최소화 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안티더스트(Anti-dust) 상품 주문 급증 … 전년 동기 대비 9배-클린가전, 건강관리 제품·식품 인기 … 유통가 미세먼지 관련상품 출시·발굴 이어져20일 전국에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가 여전히 ‘나쁨’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심각한 미세먼지 사태에 ‘안티더스트’(Anti-Dust) 상품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안티더스트 상품의 주문수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최대 9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달 22일을 기점으로 공기청정기 매출 급증을 비롯해 미세먼지 관련 셀프 뷰티 기기와 비염치료기 등 건강관리 제품의 수요도 급증했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체내 독소배출에 도움이 되는 식품 매출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 10월 99.2를 기록한 이래 지난달까지 줄곧 ‘나쁨’을 의미하는 100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관련 제품의 소비는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하여 편성에 반영하거나 안티더스트 제품을 발굴·출시하는 등 다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 공기청정기능 탑재한 에어컨 출시, 때이른 구매 ‘활발’일반적으로 에어컨이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시기는 무더위가 찾아오기 직전인 5~6월이다. 그러나 올해는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에어컨 구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에어컨 출시일이 예년보다 빨라졌고 공기청정기능 강화 등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이 탑재된 점이 때이른 에어컨 구매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최근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2019년형 ‘휘센 ThinQ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흡입구 전체 면적을 덮고 있는 4단계 전문 필터로 강력한 공기청정기능을 자랑한다. 큰 먼지와 작은 먼지를 제거하는 ‘극세필터’, 황사와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초미세미니 필터’, 극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초미세플러스 필터’ 등의 강력한 미세먼지 제거 기능과 함께 ‘PM 1.0센서’를 탑재해 실내의 극초미세먼지까지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안구건조증 완화, 눈 건강 강화 … 오메가3 ‘인기’미세먼지가 알레르기성 비염,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황사마스크가 불티나게 판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눈은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거의 불가피하다. 미세먼지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눈건강에 도움으로 주는 것으로 알려진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에스더포뮬러의 ‘파이토 오메가 플러스D 1000IU’는 건조한 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제품이다. 오메가3는 안구 건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데, 오메가3 속 DHA는 망막의 주성분으로 눈물막을 탄탄하게 해 눈물 분비가 줄어드는 것을 예방한다. 해당 제품은 미세조류를 청정한 환경에서 배양하여 얻은 식물성 오메가3를 함유하여 방사능과 다이옥신, 중금속 등의 해양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하며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 체내 독소배출 효과, 녹차음료 ‘각광’2019년 미세먼지 사태에 2008년 하버드 의대 연구 결과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차에 들어있는 카테킨과 테아닌 성분을 3개월간 섭취하면 호흡기계 질병과 독감이 30% 이상 감소하고, 중금속과 납은 50~70%, 카드뮴은 40% 이상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일상적으로 녹차를 섭취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커피전문점과 식음료 업계의 녹차음료가 각광받고 있다. 국내 녹차 음료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는 동원F&B의 ‘동원보성녹차’는 전남 보성에서 재배한 녹차잎을 사용한 대표적인 웰빙 음료다. 해당 제품의 프리미엄 버전인 ‘동원 보성말차’는 국내 최초로 녹찻잎으로 만든 말차를 우려낸 제품이다. 말차는 햇빛을 차단해 재배한 녹찻잎을 가루 형태로 만든 것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말차가 용기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가 유통·소비재 기업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대형마트는 예년보다 한 달이나 앞서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 판매 행사를 열었다. 화장품 업체들은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안티폴루션’ 효과가 있는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점심 저녁시간 가릴 것 없이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한 주문도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으로 몰리자 단체급식 업체들은 식재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안티폴루션’ 화장품 판매 급증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집에서 관리하는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이크온’ 제품의 품목 수를 최근 3배로 늘렸고, 다음달에도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메이크온의 올해 1~2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배나 급증했다.“최악의 미세먼지가 지속되자 미세먼지 오염지역과 청정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피부상태를 집중 분석해 내놓은 제품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헬스&뷰티(H&B)스토어 올리브영에서도 ‘안티 폴루션’, ‘안티 더스트’가 들어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BRTC의 ‘안티폴루션 앤 풀메이크업 클렌징오일’은 2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올리브영에서의 매출이 전년보다 4배 이상(332%) 급증했다. 초미세먼지를 최대 90%까지 씻어내는 세정력을 인증(KC피부임상연구센터)받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다.“더워질 텐데 문도 못 열고” 에어컨 할인방문객이 줄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미세먼지 관련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이마트는 7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20개 점포에서 에어컨과 미세먼지 관련 가전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한다.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 수요가 최근 급증하자 예년보다 한 달이나 행사를 앞당겼다. 이마트에서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의 매출 비중은 2017년 22%에서 지난해 35%로 커졌다. 올해는 60%가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롯데하이마트는 공기청정기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달 5일까지 롯데하이마트 전국 점포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늘었다. 비상저감조치가 계속된 이달 1~5일엔 작년보다 3배 이상 판매량이 급증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거실뿐 아니라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려는 소비자들이 추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온라인 쇼핑몰들도 분주해졌다. G마켓과 옥션, G9 등은 최근 5일(2월 28일~3월 4일) 동안 미세먼지 관련 용품 매출이 전주 동기(2월 21~25일)보다 최대 7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G마켓에서는 미세먼지 창문 필터 매출이 4배, 황사·독감 마스크와 산소발생기 매출은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업체는 미세먼지 관련 상품 기획관을 따로 열고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점심 시간에도 배달 급증미세먼지 공포로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배달 앱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이달 1~3일 주문량은 334만 건으로 전주보다 24만 건(7.5%) 늘었다. 요기요의 지난 주말(3월 1~3일) 주문량도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지난달 주말(8~10일)보다 25.4% 증가했다.구내식당이 붐비면서 단체급식 업체들도 분주해졌다.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 경기 성남 등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의 구내식당 이용자 수는 이달 들어 10% 늘었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악화를 우려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이와 달리 봄철 특수를 기대했던 프리미엄 아울렛과 한강공원의 편의점 등은 울상이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편의점 3곳을 운영하는 A 편의점의 최근 1주일(2월 27일~3월 5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7.3% 줄었다.민지혜/김보라 기자 spop@hankyung.com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는 평소와 다르게 한산했다. 최근 생필품 최저 가격 판촉 행사 때문에 평일 낮 오후에도 손님들이 붐볐던 지난주와 다른 모습이다. 이 대형마트의 판촉 행사 직원은 "원래 이 시간에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주부들이 많이 몰리는 때"라며 "가격 할인 행사까지 하고 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아예 밖으로 나오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미세먼지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유통업체와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소비자들이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최대한 삼가면서 이른바 '길거리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의 경우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비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수치가 80㎍/㎥를 초과하는 '나쁨' 상태를 나타내는 날이 하루씩 증가할 때마다 대형소매부문 판매가 0.1%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내놓은 '미세먼지가 국내 소매 판매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당 10㎍ 증가하면 대형마트의 판매가 약 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울 영등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수도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이었던 전날 "원래 지역주민들로부터 나오는 매출 비중이 높지만 인근에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을 제외하면 아예 손님이 없다"며 "미세먼지가 하루이틀로 끝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에 매출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이 지역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모씨도 "점심시간에 라면 두 그릇 판 것이 오늘 매출의 전부"라며 "미세먼지 때문에 외부로 노출된 떡볶이, 순대 등은 손님들이 사먹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창문을 닫아버렸다"고 했다. 베트남쌀국수를 판매하는 유모씨도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많이 없어 평소보다 절반도 못 팔았다"며 "남은 재료를 다 가져다 버릴 판"이라고 토로했다.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미세먼지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다보니 업종에 상관 없이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출이 약 10%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점주들이 어려움을 많이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반면 미세먼지 산업으로 분류되는 '그린산업'은 새로운 수익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칠레에 이어 초미세먼지 농도 2위로 꼽히면서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안티더스트(Anti-dust)' 관련 소비가 늘고 있다.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최근 5일간 스투키 등 실내 공기정화식물 판매량은 직전주 대비 26% 증가했다. 이 기간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공기청정기도 각각 59%와 188% 늘었다. 공기청정기 렌탈 계약도 직전주보다 160% 증가했고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256%나 더 많이 판매됐다.이마트는 사상 처음으로 3월에 에어컨 행사를 시작한다. 이마트는 오는 20일까지 전국 120여개 점포에서 '공기청정기 에어컨' 행사장을 꾸린다. 이마트 관계자는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에는 미세먼지 영향이 크다"며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을 미리 준비하려는 수요가 많아 역대 최초로 3월에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특급호텔과 복합쇼핑몰도 앞다퉈 미세먼지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은 반려나무키트와 황사마스크 등을 증정하는 미세먼지 패키지를 오는 5월까지 운영한다. 그랜드 힐튼 서울은 은평 롯데몰 내 롯데월드 언더씨킹덤 입장권을 제공해 외부에 나가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데일리호텔은 앞으로 3주간 미세먼지를 피해 가기 좋은 제주·부산 여행 기획전을 진행한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