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공동구매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은 지난해 10월 4500만원에 구매해 2개월이 채 안돼 5500만원에 매각했습니다. 약 22%의 수익을 얻었죠.국내 미술품 시장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규모나 거래방식에 있어 뒤쳐져 있습니다.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38·사진)는 미술품 투자를 대중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미술품 투자는 비싼 가격 때문에 부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김 대표는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일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재테크의 길을 마련했다. '아트테크'(아트+재테크)다.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열매컴퍼니의 전시공간인 '취화담'에서 그를 만나 아트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매력있었다.
◆회계사, 펀드매니저에서 아트테크 전도사로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화실에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부모님이 미대 진학을 반대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한국공인회계사(KICPA) 자격을 취득하고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업무를 했다. 당시 아트펀드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미술품가격 지수인 메이모제스와 S&P500 지수를 비교했을 때 메이모제스의 상승률이 더 높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메이모제스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25%로, S&P500의 7.0%보다 높았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거죠."
또 미술품 시장은 증시와 시차를 두고 움직이기 때문에 분산투자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삼정KPMG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를 하던 김 대표는 미술품 투자에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관련 시장을 경험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월급이 4분의 1 토막이 났지만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접 경험해보니 미술품 시장은 높은 수수료와 획일화된 거래방식, 시장 외부에서 자금이 유입되기 힘든 구조 때문에 정체돼 있었다. 특히 재벌들은 대를 거쳐 쌓아온 안목과 인맥을 활용해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대중들이 미술품 시장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미술품 투자로 고수익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유명작가의 작품들은 고가에서 거래되다보니 개인의 미술품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저부터도 가격이 오를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비싸서 살 수가 없었죠. 그래서 소유권을 분할해 미술품을 공동구매하고, 공동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2016년 11월 열매컴퍼니를 창업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등과 검토했고,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2년에 가까운 준비 끝에 2018년 10월 국내 최초로 미술품 공동구매를 성사시켰다.
◆김환기 '산월' 7분 만에 투자자 모집 완료
첫 공동구매 작품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작가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로 결정됐다. 2018년 10월30일 온라인 공동구매 접수 7분만에 4500만원의 모집이 완료됐다. 구매 신청자 전원이 30분 내에 입금을 완료하고 구매를 확정지었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월의 매각은 5500만원에 같은 해 11월29일 결정됐고, 12월 말 수익배분까지 완료됐다. 공동 구매자들은 두 달이 안 돼 22%의 수익을 돌려받았다. 열매컴퍼니는 2년 내 목표수익률 20%를 달성 시 매각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김환기 이중섭 이우환 윤형근 김창렬 등과 같은 대가들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파는 경우가 더 많다"며 "주식에 비유하자면 우량주인데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다보니 매입가보다 비싸게 파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작품을 시세보다 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미술품 시장의 경우 수수료가 워낙 높아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수료를 조정하게 되면 구매 자체 만으로도 목표수익률을 일부 달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경매업체를 이용하면 총 수수료가 30% 수준에 달한다. 열매컴퍼니는 공동구매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회사는 물론 김 대표 자신도 구매에 참여해 시세 차익을 얻기 때문에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열매컴퍼니는 2018년 10월부터 매월 1개에서 최대 3작품까지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4개월간 총 5억4000만원에 8개 작품을 공동구매했다. 대부분 7분 이내에 접수가 완료됐다. 지난달 공동구매한 가장 비싼 작품인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는 2억1000만원을 하루 만에 모집했다. 투자금액은 개인당 100만원부터 5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그는 "제한을 두지 않으면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전액을 투자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렇게되면 일반 사람들을 미술품 시장에 유입시키고, 미술품을 결합해 투자자산군(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함을 보여주려는 우리의 의도가 퇴색된다"고 했다.
2억1000만원에 공동구매한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옆에 선 김재욱 대표◆미술품 투자, 세제 혜택도 탁월
김 대표는 미술품 투자가 주식과 부동산을 대체하는 재테크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술품은 주식 부동산 등과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금의 일정 부분을 사용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 국내 작가 작품의 경우 다양한 세제 혜택이 존재해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미술품의 매각하는 경우 20%의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기타소득으로 잡혀 분리과세하게 된다. 이는 작품당 양도가액이 6000만원 이상인 경우고, 6000만원 미만은 비과세다. 과세에 있어서도 필요경비(취득가액)를 80%(10년 이상 보유시 90%)까지 인정해 실제적으로 부담하는 세율은 최대 4.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8000만원에 산 미술품을 1억원에 팔았다면 2000만원에 대해서만 과세하게 된다.
또 현재 생존해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은 비과세고, 취득세나 작품 보유에 따른 재산세 등도 부과하지 않는다.
열매컴퍼니가 2억1000만원에 공동구매한 '선으로부터'는 작가인 이우환 화백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비싼 가격에 팔려도 내는 세금이 없다.
김 대표는 "외국 작가의 경우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세제 혜택도 국내 작가에 비해 약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재테크가 그렇듯 아트테크도 시장과 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위험도가 높은 신진이나 중견 작가의 작품에 투자하기보다 경매와 같은 2차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유명작가 작품에 분산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사진·영상=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나는 2천만원으로 시작해 20억 건물주가 되었다'의 저자 김동철 밸류업리츠 대표(사진·46)는 올해로 12년차를 맞은 전업투자자이자 1인 디벨로퍼다. 디벨로퍼란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의미한다.김 대표는 직업군인으로 복무를 마치고 2007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어 6년 후인 2013년 건물주가 됐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회의실에서 그를 만나 투자비법을 들어봤다.◆ "소형 빌라 투자부터 단계적으로"그가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 전역 후 우연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부터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의 가계 경제와 기업 경제를 보는 시각의 차이를 서술한 베스트셀러다.책을 읽고 감명받은 김 대표는 부동산을 통해서 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 동네 중개업소에 취직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던 그는 프리랜서격인 중개보조원으로 근무해야 했고 불안정한 수입에 초조해졌다.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방법을 고민하다 생각한 게 경매였다. 중개보조원으로서 간접적으로만 경험했던 경매 시장에 2007년 직접 뛰어들게 된 것이다.종잣돈은 직업군인 퇴직금 2000만원이 전부였다. 군부대 인근 지역인 양주와 의정부 쪽을 살피다 의정부에 있는 소형 빌라를 낙찰받았다. 부족한 돈은 대출로 충당했다. 경매로 낙찰받을 경우에는 대금의 80%를 대출로 채울 수 있다.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고 싱크대와 욕실 타일 등을 수리해 임대를 놨다. 그게 첫 부동산 투자였다.이후로도 그렇게 한걸음씩 내딛으며 종잣돈을 불렸다. 경매로 나온 물건을 낙찰받아 월세 수익을 얻거나 수리 후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겼다. 낙찰받은 아파트의 가격이 1년 만에 1억원 오르는 행운도 찾아왔다.노후된 빌라를 낙찰받아 수리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인테리어 노하우도 생겼다. 수차례의 경매 경험으로 물건을 보는 안목까지 기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돈도 늘고 스킬도 늘었던 기간"이라며 "그런 경험들이 결국 건축을 하는 데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 생애 첫 건축…'알음알음'으로 시행착오부동산 투자를 시작한지 6년째에 접어들던 2013년 공매(국가가 실시하는 경매)로 나온 서울 중구의 오래된 단독주택을 보게 됐다. 워낙 노후한 주택이어서 수리한다고 해도 매매를 하거나 임대를 놓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경매 경험은 많지만 건축 경험은 없던 그는 입찰을 망설였다. 그러던 차에 2차례 유찰되면서 가격이 시세보다 많이 떨어졌다.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기나 하자는 생각에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을 보니 인근에 대학교와 호텔, 대기업이 위치해 임차 수요가 풍부할 것이란 판단이 섰다. 그제서야 투자를 결심하고 낙찰을 받았다.그가 낙찰받은 자투리땅(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면적의 땅)의 규모는 30평, 낙찰가는 5억1000만원이었다. 평당 1700만원 수준이다. 당시 주변 시세가 평당 3000만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상당한 편이다.지하 1층~지상 5층, 원룸 9가구로 구성된 이 건물에서 나오는 월 임대수익은 520만원이다.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28~30% 정도 된다. 그러나 임대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시세차익이다.낙찰가 5억1000만원에 시공비 3억5000만원을 들여 지은 이 건물의 현재 시세는 20억원에 달한다. 시세차익을 단순 계산해도 10억원이 넘는다.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건축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알음알음'하는 결정이다. 김 대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시공계약을 체결한 것이 문제가 됐다.계약금이 들어간 후에 시공사 대표가 구속되면서 공사 기간이 무한정 지연됐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다른 시공사를 알아봤어야 했는데 계약금이 아까워 착공에 들어간 게 실수였다"고 말했다.공사 비용은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들어갔고 공사 기간은 계속 길어졌다. 급기야 김 대표가 현장소장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다. 보통 6~8개월이면 다 지을 건물이 1년4개월 만에 겨우겨우 완공됐다.김 대표는 "누군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3년 안에 건물주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책을 쓴 이유도 예비투자자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래서다"라고 설명했다. ◆'임대수익+지가상승+거주' 투자법무턱대고 시공사를 찾아갈 게 아니라 스스로 내 건물의 용도와 가치, 수익률을 판단한 후에 건물을 구상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조언이다. 비슷한 건물의 설계자를 찾아 도면을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계도면이 나오면 부가적인 품목들의 기준 역시 스스로 정하고 여러 시공사에 동일 기준으로 견적을 넣은 후 가격을 비교해 선정하는 것이 좋다. 현장을 진행하는 현장 소장의 생각까지 살핀다면 금상첨화다.그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뛰어들면 시공사와 설계자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건축주가 알아보고 지시하는 것과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는 것과는 완전 다르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지금도 원룸 주택을 신축할 만한 서울 도심의 자투리땅을 눈여겨 보고 있다. 상가나 오피스의 경우 상권 경기의 영향을 받아 공실 우려가 있지만 서울 도심 주택밀집지역의 원룸 수요는 여전히 풍부하다는 생각에서다.소형건물 개발 투자야말로 임대수익에 거주, 지가상승까지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투자방식이라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특히 주변이 노후할수록 신축의 매력이 상승한다. 뉴타운이 해제된 지역에서 단독으로 개발할 수 있는 25~40평 규모의 자투리땅이 목표 대상이다.김 대표가 지켜본 일반 사람들의 부동산 스토리는 이렇다. 30대에 결혼해 직장생활을 하며 무주택으로 10년 넘게 살다 40대에 청약 넣어 아파트를 분양 받는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원리금을 상환하다가 은퇴한다. 은퇴 후 남은 것은 아파트 한 채. 김 대표는 "아파트 한 채로는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되기 어렵지 않나"라며 "은퇴 시기가 당겨진 지금 같은 시대에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다.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12)100억원대 슈퍼개미 김진수 씨3000만원으로 100억원대 자산가가 된 슈퍼개미에게도 첫 주식투자 경험은 뼈아팠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의 카페에서 전업투자자 김진수(사진·40)씨를 만났다. 패션업체에서 일하던 김진수 씨는 2011년 8월 적금으로 모은 2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호기심에 생애 처음 해봤던 주식투자였다. 코스닥, 코스피 업종에 골고루 투자했지만 1주일 만에 투자금을 거의 다 날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당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불거졌다. 그해 코스피지수는 2070.08으로 출발해 1825.74로 마무리했다. 11.80% 급락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던 것 같다"며 "그렇게 2000만원을 날린 것을 계기로 주식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2년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패션업체에서 7~8년 일했는데 더 이상 직장에서 소모될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체력은 바닥났다. 다행히 결혼 전 아내도 동의해줬다.2013년 3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부인이 주택청약으로 모은 돈 2000만원과 본인의 자금 1000만원을 합친 종잣돈이었다. 속 편하게 '주식 망하면 취직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과감하게 신용대출 등 레버리지를 써서 많은 수익을 올렸다. ◆"투자성공 비결은 오래 지켜보는 장기투자"종목은 신중하게 골랐다. 실적이 나올 때마다 2000여개 정도인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모두 확인했다. 엑셀에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지표를 담고,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계산했다. 이 중 매출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부진한 기업을 선별했다. 이를 관심종목으로 두고 오랫동안 지켜봤다. 직접 발품도 팔았다. 관심종목의 주식담당자(주담)와는 자주 통화했다. 공급계약 공시가 나면 주담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궁금한 사항을 확인했다. 일주일에 2~3번 가량 주담과 통화했다. "영업이익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떨어진 회사는 50개 정도 나옵니다. 이 중 B2C(기업·소비자간 거래)기업인데 광고비가 많이 나와 영업이익이 크게 낮아졌으면 다음분기 정도 좋아지겠다 싶어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50개를 찾으면 3~4개는 실적이 정말 개선되고 나머지는 안 좋아집니다." 2013년 나이스정보통신은 시장의 오해에서 힌트를 얻어 찾아낸 종목이다. 그해 초 5140원에서 출발했던 나이스정보통신은 4700원(2013년 4월16일 종가)까지 내려갔다. 4월15일엔 7.50%나 급락하기도 했다.주가 하락은 KB국민카드 때문이었다. 2013년 4월 KB국민카드는 신용카드 결제 승인을 대행하는 부가통신사업자(VAN) 역할을 축소하고, 카드사와 가맹점이 직접 처리하는 방식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신용카드로 1만원 이하 소액결제가 늘어나면서 VAN사 수수료가 영세 가맹점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꺼낸 자구책이었다. "주변 사람들과 나이스정보통신에 대해 공부해봤더니 KB카드가 VAN사를 통하지 않으면 비용만 더 들고 비효율적이었습니다. KB카드가 추가로 카드단말기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데요. KB카드 발표에 주가가 빠졌지만, 성장성이 좋다고 판단해 주식을 많이 샀습니다. 실제로 KB카드는 기존 계획을 철회했고, 나이스정보통신은 2년 뒤 4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전 1만5000원대에 팔았습니다."2016년엔 우진플라임을 매수해서 수익을 올렸다. 우진플라임은 2016년 초 4500원이던 주가가 연말 7970원까지 올랐다. 2015년 우진플라임은 본사를 인천에서 충북 보은 공장으로 이전했다. 공장 이전으로 회사 실적은 좋지 못했다. 2014년, 2015년 매출은 1800억원대로 비슷했지만, 2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우진플라임은 지방으로 공장을 확장·이전하면서 고정비가 2배 늘어 적자가 엄청 심했습니다. 매출이 오를수록 고정비 절감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노렸습니다. 그 이후로 모니터링을 했고, 2016년이 되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때 주식을 매수해서 수익을 봤습니다. 종목을 오래 보유하지는 않지만, 모니터링은 오래하는 편입니다." 매도의 적기는 시장에서 소문이 날 때라고 했다.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면 시장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우진플라임은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공장을 증설한 만큼 이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주담과 통화해 현황을 살피고, 분기별로 매출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죠. 그해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합니다. 시장에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얘기가 안 나오는 종목을 몰래 샀다가 시장에서 얘기가 막 나오기 시작할 때 파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물론 제가 팔고나서도 주가가 많이 오르긴 하지만, 매도 적기는 시장에서 얘기가 나올 땝니다."2017년에는 자화전자를 사들였다. 이 때는 경쟁사까지 수소문했다. 라이벌 의식이 있는 업계에서는 경쟁사의 단점을 얘기해준다는 점을 활용했다. "경쟁사 주담들에게 물어보니 카메라 AF(자동초점) 기술은 자화전자가 모두 1등이고 자기네들은 2등이라고 했습니다. 경쟁사가 인정할 정도니 기술력이 대단한게 맞겠구나 싶어서 2017년에 매수했고, 지난해 초에 팔았습니다. 제가 팔고난 뒤에 자화전자는 갤럭시S9 카메라 수율이 안 나오면서 적자가 나서 주가가 엄청 떨어졌습니다."김 씨는 자신의 투자기법을 장기투자라고 했다. 오랫동안 종목을 지켜보는 것도 장기투자의 일환이라는 점에서다. 종목을 지켜보다가 변화가 감지되면 매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사를 추리다 보면 좋아질 것 같은데 계속 안 좋아지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회사가 좋아지는 징후가 나타나면 주가는 미리 오르는 만큼 제가 다소 비싸게 사긴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수익률을 거둘 수 있습니다.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차라리 비싸게 사는 게 낫다고 봅니다."◆"전업투자자 되기 위해선 소액이라도 분산투자 필수"전업투자자라고 하면 아침부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해 주식 시장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잡고 있을 것 같았지만, 김 씨의 일상은 달랐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시초가와 종가 정도만 확인한다.매수도 원하는 가격대에 걸어놓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체결만 확인한다. 매도 시기는 원하는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목표수익률을 잡기보다 손실이 나면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지를 먼저 따진다. "A종목이 오르면 10배, 하락하면 -50%고 B종목이 가격이 빠지면 -10%, 오르면 50%라고 한다면 저는 후자를 삽니다. 수익률 상승이 아니라 하락하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매일 확인하는 건 기사다.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올라오는 모든 기사를 읽는다. 미리 예상할 수 없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지난해 10월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기 전에 주식 비중도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S&P500 기업의 예상 순이익이 전년보다 25% 성장할 것이라는 게 시장 예상치였습니다. 그런데 추정치는 25%에서 21%, 18%, 15%로 계속 낮아졌는데요.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빠져야했지만 미국 증시는 계속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도 지속되고 거시경제 지표상 위험신호도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9월부터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여서 현금을 확보해뒀습니다."시장흐름을 파악해 원자재 투자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엔 나스닥에서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다.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코스닥 레버리지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원자재인 유가도 거시경제에 연동되는 만큼 더 크게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유가는 42달러까지 빠졌는데 비이성적인 매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에서도 감산을 결정하면서 유가가 올라야 하는 상황인데 급락했기 때문이죠. 42달러를 찍은 날 원유레버리지ETF를 사들였고, 올 2월20일에 팔았습니다. 하반기에 셰일가스가 나오면 70달러까진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수익률은 100% 가까이 나왔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주식투자로도 눈을 넓혔다. 2017년엔 해외 주식을 처음 접했다. 당시 나스닥에 상장된 한국 게임회사 그라비티를 찾았다. 당시 시가총액 700억원이었던 그라비티는 5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도 없었다. 분기 40억~50억원씩 매출을 냈고, 모바일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라비티를 발견한 뒤에 바로 해외주식 계좌를 만들어서 처음 투자했습니다. 투자한 지 4개월이 지나 게임이 출시되면서 시가총액이 10배인 7000억원까지 두 달만에 올랐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전 그때 팔고 나왔습니다."이후 그라비티 주가는 급락했고,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자 다시 매수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1100억원대로 다시 줄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낮아진 기대치보다는 높은 이익을 낼 것이라 보고 매수에 들어갔죠. 3~4개월 만에 4배 가량 올랐습니다. 올 2월에 조금씩 팔아 수익을 실현했습니다."전업투자자로 살기 위해선 소액이라도 분산투자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분산투자가 필수라고 했다. 수익을 꾸준히 내야 하락장에서도 잘 버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식 시장은 언젠가 큰 조정이 오기 마련입니다. 2015년 장이 좋았을 때 저도 300% 수익을 냈고, 다른 사람들은 20배 수익을 보기도 했습니다. 장이 급락했을 땐 전 거기서 30% 손실을 봤지만, 큰 수익을 봤던 사람들은 3분의 1토막이 나있었습니다. 이를 2번, 3번 반복하면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주변에 전업투자를 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1년 수익률이 제가 높은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누적으로 따지면 수익률은 제가 제일 높은 편입니다."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11) 황승호 아이엔씨컴퍼니 대표'평범한 29세 직장인은 어떻게 3년 만에 아파트 10채의 주인이 됐을까'의 저자 황승호(사진·30) 씨는 책 제목 그대로 평범한 7년차 직장인이다.고향인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4년 전인 26세에 처음으로 아파트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 인생 4년차에 접어든 지금은 본래 직업 외에도 아파트 10채의 주인이자 부동산투자법인 아이엔씨컴퍼니 대표, 네이버 블로그 '미래 투자연구소 C&V(CORE&VALUE)' 운영자를 맡고 있다.지난달 14일 서울 한국경제신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젊은 나이에 부동산투자 성공 비결을 물어봤다.황 씨가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것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한때 너무나도 간절했던 꿈의 직장에 들어왔는데 맞닥뜨린 현실은 차가웠다.황 씨는 "죽어라 일을 해도 월급은 딱 먹고 살만큼만 주니 티끌모아 티끌이었다"며 "이래서 연애는 어떻게 하고 결혼은 어떻게 하나 싶어 돈을 벌 수있는 방법을 찾아다녔다"고 회상했다.아파트를 생각한 건 유년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황 씨 가족은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작은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지냈다. 초등학생 때 같은 반 여자아이 집에 놀러갈 일이 있었는데 그 집이 바로 아파트였다. 깔끔한 조경에 탁구장까지 마련된 아파트를 본 그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다.투자를 고민하던 당시 직장 선배 중에 마침 아파트를 통해 돈을 번 사람이 있었다. 언젠가 아파트에 살고싶다고 희망했던 어린 나를 돌이켜보며 결심이 섰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그런 아파트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아파트 투자는 종잣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기 쉽다. 목돈이 없어 투자를 포기하는 이들도 대다수다. 그러나 황 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2500만원으로 첫 투자를 시작했다. 고작 스물여섯살이었다.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자주 오갔던 지역에 '저 아파트 정도면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던 단지가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라아파트다. 때마침 그 단지에서 전용 60㎡ 매물이 급매로 나왔다. 시세가 2억3000만원 정도였는데 2억1500만원에 나온 매물이 있어 당장 매입했다.2500만원에 1억7000만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2000만원은 월세 보증금으로 충당했다.매달 58만원의 월세를 받으니 대출금 이자를 내고도 남았다. 2년 후 그집은 2억8500만원에 팔렸다. 차익은 7000만원. 투자금이 2500만원이었으니 수익률은 280%였다.황 씨는 "첫 투자부터 성공했다"며 "흐름을 잘 모르던 때였지만 당시 부동산이 상승세였던터라 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첫 투자의 성공으로 흥미를 느낀 황 씨는 공부에 전념했다. 부동산투자 관련 강의도 듣고 책도 사서 읽고 블로그 카페 활동도 적극 참여하고 스터디 모임에도 나갔다. 매일 아침 부동산 뉴스를 챙겨보고 임장(부동산이 있는 현장에 직접 가보는 활동)도 다녔다.황 씨는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었던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며 "강사와 저자가 몇년동안 겪은 노하우를 단기간에 핵심만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아파트 역시 시장 재화 중 하나라고 생각해 수요와 공급도 면밀히 분석했다. 황 씨는 수요보다 중요한 것이 공급이라고 했다. 공급이 적정량에 비해 많은지, 적은지를 보면 투자에 실패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거다. 가장 눈여겨 보는 자료는 미분양 데이터다. 특히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상황을 보면 시장의 침체 여부를 한 눈에 볼 수있다.시장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 매주 금요일 발표하는 KB부동산과 한국감정원의 부동산차트를 분석한다. 황 씨는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 강남인 만큼 강남과 함께 움직이는 지역에 주목했다"며 "주로 1기 신도시인 분당, 평촌 등이 같이 움직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평촌의 전용 84㎡ 아파트를 매입했다. 학군 수요가 움직이는 시기여서 전세 대기자가 있을 정도였다. 4억6500만원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틀 만에 4억4000만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투자금은 2500만원 정도였다. 지금도 보유 중인 이 아파트의 시세는 6억 정도다. 2500만원을 투자해 1억3500만원 수준의 기대 수익을 얻은 셈이다.물론 실패도 있다. 손해 본 것은 아니지만 차액이 적었다. 투자금과 함께 들였던 노력까지 고려하면 실패라고 할 만한 경험이다. 전세만기 시점을 분산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보유하다가 1년6개월 만에 급하게 처분했다. 차익은 800만원에 불과했다.그는 "시장이 내 마음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다보니 전세만기 시점이 되면 매도하거나 연장해야하는데 시점이 안좋을 때 한꺼번에 몰려버리면 힘든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올 들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이어지면서 지금은 투자 적기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황 씨의 생각은 달랐다. 이럴때일수록 학군이든 입지든 잇점이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바라보기 어렵던 아파트 중 지금은 지난해 8~9월 급등 이전 시세까지 내려간 곳도 있다는 거다.황 씨는 "심리가 살아나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다시 고점을 회복할 수 있다"며 "우량주를 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그가 추천하는 투자 기법은 분산투자다. 한 집에 9000만원을 투자해 수익률 100%를 달성하려면 그 집이 9000만원 올라야 한다. 그러나 3000만원씩 세 집에 투자하면 한 집당 3000만원씩만 뛰어도 100% 수익이 난다는 거다.그는 "상식적으로 집값이 9000만원 오르는 것보다 3000만원 오르기가 더 쉽지 않나"라며 "지금도 지방에서는 수익률 100%를 달성할 수 있는 지역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황 씨는 '가난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와 같은 직장인이다. 직장만 가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어느덧 꿈은 사라지고 부러움만 남은 사람들이다.그는 "돈이 없기 때문에 투자를 더 해야 한다"며 "시작도 전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고, 충분히 공부한 후에 부딪혀보면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그가 그랬다.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사진·영상=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