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경남 창원에 있는 엔진 공장에서 부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경남 창원에 있는 엔진 공장에서 부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엔진부품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2017년 12월 중국 장쑤성의 한화큐셀 공장을 찾은 뒤 1년 만의 해외 출장이었다.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조해온 김 회장이 이례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방문한 것을 놓고 재계에선 “한화가 태양광에 이어 항공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쏟아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종 전투기 및 헬기 엔진 제작을 도맡아온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 제작 업체다. 작년 말까지 8600대 이상의 항공기와 헬기 엔진을 생산했다. F-15K 전투기와 T-50 고등훈련기 등 전투기는 물론 한국형 헬리콥터인 ‘수리온’의 엔진이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손을 거쳤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의 엔진과 주요 항공 부품 사업도 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이어 2021년 본발사 예정인 한국형 위성발사체 누리호(KSLV-Ⅱ)에도 참여했다. 이를 통해 우주 발사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위성발사체 사업 초기 단계부터 발사체의 핵심기술인 엔진·터보펌프와 각종 밸브류를 제작했다. 2015년 3월 75t 액체로켓엔진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 납품했다.

이 회사는 항공기 엔진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통해 항공 엔진 부품 사업에 진출했다. 프랫앤드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 롤스로이스(RR) 등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기업들과 엔진 부품 및 모듈 장기 공급계약을 위험·수익 공유방식(RSP)으로 맺었다. RSP 방식 계약은 단가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공급계약과 달리 항공기 엔진의 개발과 양산, 관련 부문 2차 시장까지 모두 아울러 참여지분만큼 매출을 배분하는 형식이다. 손해도 감수해야 하지만 수익이 커지면 그만큼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RSP 참여를 통해 최근 5년간 P&W와 181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말 하노이 인근 화락하이테크단지에 완공한 항공기 엔진부품 공장을 통해 다시 한번 도약에 나선다. 약 10만㎡의 부지에 연면적 6만여㎡ 규모의 대형 공장이다.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 강화에 4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설계 전문가 및 기술 명장을 특별 대우하며 숙련 기술과 경험을 쌓고 있다. 설계와 생산, 조립, 정비에 이르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엄격한 품질 관리를 수행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여객 수요, 물동량 증가로 인해 글로벌 항공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P&W 등 글로벌 엔진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엔진부품 사업 규모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