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한 금융사에 보험료 깎아주겠다는 예보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사진)은 “금융회사들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수익성을 희생하면 보험료율을 깎아주는 등 차등평가에 (사회공헌활동 등) 사회적 가치 항목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금융사 경영 및 재무상황 등 건전성을 감안해 보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예금보험료율 차등평가제도의 근간을 훼손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 사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를 운영할 때 수익성만이 최고 가치가 될 순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인 포용적 금융을 위해 사회적 가치 항목을 차등평가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쳤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철학도 달라졌다”며 “수익성보다는 더불어 잘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공헌한 금융사에 보험료 깎아주겠다는 예보
금융사들은 예금자보호법에 근거해 예보에 매년 예금 잔액 대비 0.08~0.40%를 보험료로 내고 있다. 차등보험료율 평가제도는 금융사별로 재무상황 등을 평가해 예금보험료를 다르게 매기는 제도다. 3등급으로 이뤄져 1등급은 예금보험료의 5%를 할인받고 3등급은 5%를 더 내야 한다. 등급 산정 시 서민금융상품 공급, 중소기업 보증지원 등 사회공헌을 많이 한 금융사에 가점을 주겠다는 것이 위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저축은행을 예로 들며 “소비자에게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받아 높은 수익을 냈다고 예보가 보험료를 깎아줄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를 목적으로 출범한 예보가 차등평가 시 금융사의 건전성 대신 사회적 가치를 앞세우면 설립 취지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보의 설립 근거인 예금자보호법 1조도 ‘예금보험제도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예금자 등을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에 이바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지적에 위 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사회적 가치는 보완 지표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위 사장은 차등평가 등급을 현행 3등급에서 최대 7등급으로 확대해 금융사 대상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금융사 사정을 고려해 부실위험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대부분 높은 등급을 줬다”며 “금융사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부실위험 평가 신규 지표를 개발하는 등 내년에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사 대상 정보 수집 및 현장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예보는 지금까지 금융사 관련 자료를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금융사에 부실 관련 정보 등을 직접 제출하도록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1000만원 이하 소액 착오송금 구제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소비자가 계좌번호 등을 잘못 입력해 송금이 잘못됐을 때 예보가 착오송금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이후 법적 절차를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