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제지업체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이 대거 벌어질 전망이다. 제지업체 대주주인 사모펀드 등은 인수할 때에 비해 기업 가치가 뛰어 매각을 통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기업들은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해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업황이 좋은 것도 M&A 활성화를 점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골판지산업에 대한 전망이 밝아 사모펀드 등이 계열 제지회사 매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태림포장 전주페이퍼 등 매각 대상

6일 제지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중 태림포장, 영풍제지, 전주페이퍼 등이 M&A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실적 호조 덕분에 몸값이 오르고 있다.

몸값 높아진 제지업계 내년 M&A 흥행 예고
제지는 용도에 따라 신문·인쇄·위생·산업용지(포장지)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성장성이 가장 큰 분야는 골판지 백판지 등으로 이뤄진 산업용지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PE(프라이빗에쿼티)가 최대주주인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는 각각 골판지 상자, 골판지 원지를 생산한다. 태림포장의 올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각각 4570억원, 303억원으로 작년 동기(4146억원, 17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태림페이퍼도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653억원, 70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폐지 가격 하락 속에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포장 수요가 증가한 덕을 봤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지분 50.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제지도 눈독을 들이는 업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31억원, 14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영풍제지는 골판지 원지와 화학섬유 필름 등을 감는 데 사용하는 종이관 원지를 만든다. 큐캐피탈은 2015년 영풍제지 인수 후 비주력 자산인 부동산과 증권을 처분하고 노후화된 기계설비를 개선해 원가경쟁력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잠재 매물인 전주페이퍼(비상장사)도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모건스탠리PE와 신한대체투자운용(옛 신한PE)이 인수한 전주페이퍼는 지난해 매출 6279억원에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다. 하지만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신문용지 부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고, 골판지 사업에 새로 진출해 사업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제지업계 등 인수 관심 늘어

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인수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업을 매물로 내놓기 때문에 값을 높게 받을 수 있는 내년 상반기께 매각 작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등이 보유한 산업용지업체들이 M&A 시장에 나올 경우 기존 제지업체들이 우선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골판지 사업이 약한 한솔제지나 한국제지 등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골판지 사업을 수직계열화한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등 기존 업체들도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위해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CJ 동원 등 식품업체나 배송업체들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골판지업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제지업체를 인수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골판지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온라인 시장 성장과 함께 향후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골판지업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변수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대기업의 인수전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