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순이익이 크게 급감한 한화생명이 다음달부터 장기근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한다. 생명보험 시장의 불황과 함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15년 이상 장기근속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상시 전직지원제도를 도입하기로 노사가 최근 합의했다”고 29일 밝혔다. 상시 전직지원제도는 정년(만 60세)에 도달하지 않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제도다. 대상은 1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이다. 15~19년 이하 직원은 퇴직금에 더해 기본급 15개월치, 20년차 이상 직원은 기본급 20개월치를 한꺼번에 지급한다.

한화생명이 상시 희망퇴직제도를 도입한 건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시와 비교해 이번 희망퇴직 조건도 크게 낮아졌다. 한화생명은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퇴직금과 별도로 기본급 30~36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인력 적체현상 등으로 전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며 “다음달부터 신청이 시작되면 많은 직원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생보업계 ‘빅3’ 중 상시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한 건 한화생명이 사실상 유일하다. 교보생명은 근속 20년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직 신청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전직을 신청하는 직원들은 극히 드물다. 삼성생명은 상시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직을 희망하는 40세 초반 15년차 이상 직원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라며 “최근 실적이 악화된 한화생명이 본격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올 3분기까지 순이익이 3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줄었다. 경쟁 관계인 교보생명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줄긴 했지만 감소폭은 4.6%에 그쳤으며, 순이익 규모는 5707억원으로 한화생명의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