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결론 때 주식 거래정지…상장폐지 심사 대상에도 올라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오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증선위가 지난 7월 공시 누락에 대해 고의성을 인정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 감리의 핵심 지적 사항인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서도 고의성을 인정할지가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이 나면 국내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순위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거래가 즉시 정지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금융당국 관계자는 11일 "증선위가 조속히 결론을 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특별한 일만 없으면 14일 정례회의에서 종료될 수 있다"고 밝혔다.또 다른 당국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이번 회의 때 마무리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실제로 증선위는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을 끝내기 위해 다른 안건 심사는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사상 최대 과태료 부과 여부로 시장의 관심이 큰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 건조차 지난달 17일 첫 논의 후 심의가 지연되고 있지만 14일이 아닌 28일 정례회의 때 심의하기로 했다.증선위는 이번 정례회의에서는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후 진술을 들은 뒤 금감원이 감리 후 제출한 제재 조치안을 의결할 전망이다.이미 증선위원들은 수차례 회의를 통해 관련 사항을 모두 파악하고 있고 당사자들의 의견도 청취한 상태다.외부 압박도 거세다.시장에서는 조속한 심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성을 제기해왔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삼성 봐주기 아니냐'며 증선위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증선위 심의의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느냐 여부다.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며 증선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법하게 회계처리를 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최근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성한 내부문건이 공개돼 고의 분식회계 주장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금감원은 지난달 31일 증선위에 해당 내부문건을 증거물로 제출했으며 그 뒤 '15년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 대응 관련 회사 내부문건'이라는 제목의 자료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을 통해 공개됐다.박 의원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삼성 내부 문서에 따르면 삼성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행사에 따른 부채 계상과 평가손실 반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가운데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흑자회사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사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부여 계약을 맺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개발 등으로 회사가치가 높아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고 이를 고려해 2015년 말 자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앞서 증선위는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 계약 사항을 3년 후에나 감사보고서에서 공개한 것을 두고 고의 공시 누락으로 결론지어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이를 고려하면 회계처리 변경도 '무혐의'로 결론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보다 '고의'냐 아니면 '중과실', '과실'이냐에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다.증선위가 고의로 판단해 검찰 고발 조치를 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는 정지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공시 누락 위반으로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되진 않지만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는 대상이 된다.증선위의 검찰 고발·통보 조치와 함께 회계처리 기준 위반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지속해 오다가 회계처리 변경으로 2015년 순이익 1조9천49억원의 흑자기업으로 전환했다.지난 6월 말 현재 자기자본(자본총계)은 3조8천억원 규모다.그러나 고의 분식회계가 인정돼도 상장폐지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만 8만175명에 달하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 물량은 1천423만8천562주다.이를 이달 9일 주가(36만8천원)로 환산하면 5조2천398억원 규모다.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심사에서는 회사의 실적, 영업 지속성, 향후 회계에 대한 내부통제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사상 최대 분식회계로 지난해 증선위 제재를 받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 3개월간 거래가 정지되긴 했지만 상장 폐지되지 않고 1년간의 개선 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30일 주식 거래가 재개된 바 있다.대우조선해양의 분식 회계액은 5조원 규모로 감리 이후에는 2008년부터 2016년 1분기까지 재무제표가 한꺼번에 정정되기도 했다./연합뉴스
박용진 "'삼바' 가치 고의로 약 3배로 뻥튀기…투자자 기만한 사기행위"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건과 관련해 모회사인 삼성물산을 감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위한 것으로 삼성물산 감리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그러나 그는 "감리는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가 판단할 문제"라고 단서를 달았다.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 2015년 7월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려 이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리한 합병 비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자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에 상장되기 직전인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회계처리됐다.박 의원은 이날 예결위 질의에 이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삼성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그는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이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자체평가금액 3조원보다 거의 3배인 8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며 "삼성은 이것이 엉터리 자료임을 알면서도 국민연금에 보고서를 제출했다.이는 투자자를 기만한 사기행위"라고 말했다.박 의원은 '자체평가액(3조원)과 시장평가액(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하락 등)의 발생 예방을 위한 안진회계법인과의 세부인터뷰 진행'이라고 적힌 2015년 8월 5일 삼성 내부문건 등을 이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그는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시중 증권사 투자보고서의 숫자를 더해 나눠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산정했다"며 "유치원 원장도 이렇게 회계를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이어 "놀라운 것은 이런 행위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증권사 보고서 평균값 가치평가라는 전대미문의 평가 방식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박 의원은 "삼성 내부문서에 따르면 삼성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행사에 따른 부채 계상과 평가손실 반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흑자회사로 둔갑시켰다"고도 말했다.그는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고,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의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또 이런 내용에 대해 삼성이나 해당 회계법인이 입장을 표명해온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박 의원의 지적 내용에 대해 최 위원장은 "사안의 핵심적인 내용 가운데 하나로 증선위에서 모두 논의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증선위의 삼성 감싸기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외부 영향이나 압력 없이 독자적으로 공정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 대답했다.최 위원장은 "사안이 복잡해 시간이 걸리고 있고 민간위원 위주로 논의되고 있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공정하게 객관적인 결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재감리를 연말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윤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질의에 "늦어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사항과 관련된 공시 누락은 고의성을 인정하고 검찰에 고발했지만 분식회계에 대한 지적은 판단을 보류하고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한 바 있다.윤 원장은 또 삼정회계법인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핵심적인 부분은 할인율에 있다고 본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데 할인율을 0으로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삼정회계법인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평가할 때 증권사 6곳의 리포트를 인용했는데 일부는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김 의원은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5조7천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이것은 2020년 기준이고 2015년까지 연 8%로 할인한 가치는 3조9천억원인데 삼정은 5조7천억원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주장했다.그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오이로직스 가치가 높게 평가돼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작용됐다는 것이다.지난 2015년 7월 국민연금공단의 제일모직 가치평가 보고서를 보면 삼정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8조5천640억원으로 평가했다.당시 국제 의결권자문사인 ISS는 1조5천200억원으로 평가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