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유류세 인하 2주 천하로 끝나
-올해는 국제 유류제품 가격 하락세로 긍정적이지만 환율 변동이 관건

정부가 지난 6일부터 6개월 간 유류세를 한시적 인하함에 따라 이틀 만에 전국 기름 값이 ℓ당 평균 30~50원 가량 하락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5일 기준 ℓ당 1,690.3원에서 7일 1,640.7원으로 49.6원, 경유는 1,495.76원에서 1,462.31원으로 33.45원 떨어졌다. 물론 유류세 15%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됐을 경우 휘발유는 ℓ당 123원, 경유는 87원이 내려야 하지만 재고 물량 등을 이유로 자영주유소 대부분이 유류세 인하분 만큼 가격을 내리지 않아 하락폭은 기대보다 적다.

이를 두고 석유협회는 주유소 등을 포함한 국내 석유 유통시장은 유류세 인하 전 공급받은 재고 물량이 있어 즉시 현장 판매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소비자 체감까지는 일정 기간 소요가 불가피하다. 다만, 유류세 인하 효과가 조기에 시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간 단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유류세 인하분의 완전 체감은 가능할까. 정부가 내린 휘발유 ℓ당 123원, 경유 87원의 세금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겠냐는 것이고, 이 부문에선 의문 부호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전례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물가대책의 하나로 한시적 유류세 인하를 내놨다. 휘발유는 ℓ당 82원, 경유는 58원의 세금 부담을 줄였다. 인하 효과는 첫 주 즉시 나타났다. 3월 1주 ℓ당 1,687.87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이 인하된 2주 차에 1,658.54원으로 떨어졌고, 3주에는 1,656.78원으로 하락했다. 2주만에 ℓ당 31.09원 내린 셈이다. 다만 이런 추세는 2주 천하로 끝났다. 3월 4주 휘발유 가격이 ℓ당 1,677.82원으로 오름세로 돌아섰고 4월 3주차에는 1,688.02원으로 이전 가격을 뛰어넘었다. 당시 정유 업계는 "석유제품 시장의 휘발유 및 경유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환율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다보니 10년 만에 찾아온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저런 핑계로 기름 값은 유류세 인하분 만큼 내리지 않고 결국 정유사 및 주유소 마진으로 흡수될 것이란 불신이 팽배해서다. 실제 국내 유가는 세금 뿐 아니라 정유사 공급 가격과 주유소 마진, 국제 석유제품 가격, 환율 등 복합적 요소에 따라 구성된다. 어느 부분의 비중이 높아지고 낮아져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일반 소비자는 알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분명 달라진 점도 있다. 국제 유류 제품의 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시장 가격이 좌우하는데, 대부분 국제 가격은 1~3주, 평균 2주 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가격이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휘발유 국제 가격은 10월 1주 배럴당 91.68달러를 찍은 후 11월 1주 73.28달러까지 하락했다. 경유 역시 10월 1주 고점을 찍은 후 5주 연속 하락세다.

국제 유가도 하락세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미국이 이란에 대한 원유 제재를 복원하면서도 8개국의 예외를 인정, 수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또 미중 무역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남은 관건은 환율이다. 국제 유류 제품의 가격 만큼 국내 가격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환율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정세 불안정으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환율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만약 유류세 인하 기간 동안 환율이 급등하면 기름 값 인하에 대한 체감은 미미해질 것이고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기름 값은 더 큰 폭으로 내릴 것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이번 유류세 인하 효과는 환율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이빔]유류세 인하 효과, 얼마나 갈까?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분을 그대로 가격에 적용해도 소비자 가격을 결정짓는 외부 요인이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효과가 드러나긴 어렵다"면서도 "10년 전과는 달리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은 아니기에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상당히 큰 만큼 이를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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