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바쁜 일상에 쫓겨 살다 보면 나만의 정원을 갖고 싶다는 꿈을 꿀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시간도, 공간도 없어 그저 꿈으로 남겨두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들에게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희망을 품게 한 블로거가 있다. ‘퀘럼’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베란다 농부 오하나 씨(사진)다. 그를 만나 ‘나만의 정원’을 소유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베란다 텃밭은 어떻게 가꾸게 됐나요.

식물 200여종 가득 '베란다 텃밭'…집에서 키우는 재미 '쏠쏠'
“고향이 제주도라 서울에선 계속 자취를 했어요. 뭘 키우고 싶어도 집이 좁아서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결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자취방에 어느 정도 공간이 생겨 허브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면서 일이 점점 커졌죠. 결혼하고 아파트로 옮기면서 베란다 텃밭을 조성해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운 지는 5년쯤 됐습니다.”

▶몇 가지 식물을 키우고 있나요.

“이사 오기 전엔 베란다가 넓어서 많은 식물을 키웠어요. 채소와 허브, 화초 등 모두 200여 종이 넘었죠. 지금 아파트는 베란다가 이전보다 좁아 그 정도는 아닙니다. 대신 거실에 햇볕이 잘 들어와서 실내에 두기 좋은 관엽식물을 많이 키우고 있어요.”

▶베란다에 채소가 그렇게나 많다니 신기합니다. 식물 관리를 하는 데 하루 몇 시간 정도 보내나요.

“그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물을 주거나 가지치기를 하는 건 몇 분만 투자하면 되는데 분갈이를 하면 얘기가 달라지죠. 한꺼번에 여러 개를 분갈이 하기 때문에 서너 시간이 훌쩍 가버릴 때도 있거든요.”

▶특별히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베란다에서 일할 때도 가장 긴장하게 되는 부분은 날씨예요. 날씨 예보를 보면서 언제쯤 심으면 좋을까 고민하곤 합니다. 한번은 맑은 날인가 싶어 씨앗을 심었다가 흐린 날씨가 이어지는 바람에 새싹이 제대로 못 자라 속상했어요.”

▶수확한 채소는 어떻게 활용하나요.

“베란다 채소는 노지 텃밭에 비해 수확량이 상당히 적어요. 로즈메리나 바질 같은 허브를 사려면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이 팔아 고민이었는데 직접 키우니 적은 양을 그때그때 딸 수 있어 좋습니다.”

▶이맘때 베란다 텃밭에서 키우기 좋은 채소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식물 200여종 가득 '베란다 텃밭'…집에서 키우는 재미 '쏠쏠'
“재배 기간이 긴 식물보다는 수확을 빨리 할 수 있는 쌈채소를 추천해요. 뿌리채소는 뿌리 부분이 완전히 커야 수확이 가능해 더 빨리 심어야 하지만 치커리, 상추, 비타민 다채, 청경채 같은 쌈채소는 조금 덜 커도 어느 정도 자라면 겉잎부터 바로 딸 수 있거든요. 배추도 좋지만 속이 여물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베란다 텃밭을 가꿀 때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올여름엔 베란다에 가기만 해도 너무 더워서 관리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까지 식물들이 더위를 잘 이겨냈는데 올해엔 축 늘어진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겨울엔 추운 날씨 때문에 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식물을 기르기 전과 후, 일상에 변화가 있나요.

“결혼 전 식물을 키우지 않을 땐 주말에 할 일이 없어 주로 친구를 만나며 시간을 보냈어요. 특히 고향을 떠나 혼자 살다 보니 은근히 외롭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텃밭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시간이 금방 가서 외롭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남편도 제게 식물을 키우니까 심심할 날이 없겠다고 그러더라고요. 하하.”

▶식물 가꾸기의 가장 큰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물도 주고 얼마나 자랐는지 관찰도 하고 분갈이도 하면서 즐겁게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습니다. 특별한 흥미 없이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기엔 아까우니까요. 직접 키운 작물을 수확해 먹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FARM 정영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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