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원 이하로 살아가는 전세계 극빈층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로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0년 이래 최저 기록이다.

세계은행은 19일(현지시간) 2015년 세계 극빈층이 7억359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13년 조사에선 전체 인구의 11.2%인 8억420만명이 극빈층이었다. 전 세계 극빈층은 1990년 18억9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5.9%에 달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극빈층 비율이 8.6%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하루에 1.9달러(약 2130원) 이하 또는 1년에 694달러(약 77만7800원)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을 극빈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하루 1달러가 극빈층 기준이었으나 물가 상승을 고려해 수치를 조정했다.

동아시아의 극빈층 비율은 1990년 62%로 10억명 이상이 극도로 가난한 상태였으나 2015년에는 이 비율이 2.3%로 크게 줄었다. 세계은행은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의 극빈층 비율도 같은 기간 47%에서 12%로 떨어졌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극빈층은 1990년 2억7800만명에서 2015년 4억1300만명으로 늘었다. 다만 인구 대비 극빈층 비율은 54%에서 41%로 줄었다. 이 지역 극빈층 인구는 2030년 4억1600만명으로 늘어 전세계 극빈층의 9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은행은 “극빈층 감소 속도가 더뎌지고 있어 2030년까지 극빈층 비율을 3%로 낮추기로 한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25년간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극도의 가난에서 벗어난 것은 인류의 위대한 업적”이라며 “그러나 2030년까지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성장을 촉진할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세계무역기구(WTO)와 2015년 공동으로 발표한 ‘빈곤 퇴치에서 무역의 역할’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이 빈곤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무역이 개발도상국의 일자리 양과 질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촉진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개도국의 무역 참여가 늘어나면서 전세계 극빈층이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극빈층 절반 이상이 분쟁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의 혜택을 덜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