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statistics)란 단어는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statisticum)와 ‘국가’를 칭하는 이탈리아어(statista)에 어원을 두고 있다. 국가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라는 의미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6일 발표한 ‘7월 신설법인 동향’에도 한국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가 담겨 있다.

고용 전선에서 밀려난 40대는 도·소매업과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창업에 뛰어들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60대 창업 증가율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전체 업종별 창업 통계에서는 위축된 한국 제조업의 현실을 볼 수 있다. 제조업 창업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었다.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건설업 창업도 규제에 막혀 움츠러들었다.
쫓겨난 40대… 은퇴한 60대… '생계형 창업'에 내몰렸다
◆나빠지는 일자리 질(質)

올해 1∼7월 신설법인은 6만1708개로 집계됐다. 6만 개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대비 6.9% 늘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창업(신설법인)이 10만 건을 넘을 게 확실하다. 창업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라는 게 정부 내부의 평가다. 1~7월 전체 창업 건수를 보면 도·소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2.9%로 가장 컸다. 7월만 놓고 보면 24%에 달한다.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등 자영업 성격의 창업이 많다는 얘기다. 이는 앞으로도 자영업 과잉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 것이란 점을 암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도·소매업 다음으로 많이 늘어난 것은 전기가스 공급업, 정보통신업(앱을 통한 창업) 등이다.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들이 창업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규모도 영세하다. 전체 창업의 76%가 자본금 5000만원 이하로 법인을 세운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건설업 쇠락

반면 고용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과 건설업 창업은 위축되고 있다. 1~7월 제조업 창업은 1만77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 감소했다. 7월 한 달간 9.7% 줄었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쇠퇴에 따른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된 탓이란 분석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기존 제조업체조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 창업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위축은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조선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부산과 울산은 각각 창업이 3.2%, 4.3% 줄었다.

제조업과 함께 고용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 창업도 위축됐다. 1~7월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부동산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7월 한 달간 건설업 창업은 9.5% 감소했다.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40대

연령별 통계에서는 40대가 눈에 띈다. 7월 한 달간 40대 제조업 창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감소했다. 7월까지 누계로 봐도 12% 줄었다. 40대는 가장 창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경험을 가진 세대다. 정부가 독려하는 기술창업에 나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창업이 줄고 있다. 대신 40대는 도·소매업 창업에 나섰다. 1~7월 40대 도·소매업 창업은 4573건에 달한다. 증가율은 17.5%에 이른다. 7월 한 달만 보면 677건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창업이 많았다. 고용 쇼크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40대가 자영업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또 다른 특징은 60대 고령층 창업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60대 창업은 7월까지 644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다. 7월 한 달만 보면 60대 신설법인 수는 101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9% 증가했다.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가 생계를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설리/김기만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