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있는 콩나물국밥 식당 ‘삼백집’은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으로 유명하다. 70여 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백집을 연 이봉순 할머니는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300그릇을 다 팔면 문을 닫았다. 간판도 없는 이 집을 손님들은 삼백집이라고 불렀고, 지금은 상호가 됐다.

정부가 ‘제2, 제3의 삼백집’ 육성에 나선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8일 혁신성이 검증된 16개 업체를 ‘백년가게’로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전통의 지역 명소를 육성하겠다며 발표한 ‘백년가게 육성방안’에 따른 것이다.
'백년가게' 16곳 선정… 제2의 '삼백집'으로 키운다
◆지역 맛집 9개 등 백년가게로 선정

소진공은 지난 6월부터 백년가게 후보로 접수된 28개 중 현장평가를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선정 작업을 했다. 이번에 백년가게로 선정된 16개(평균 업력 35.8년) 중 9개는 음식업, 나머지는 도소매업체다.

서울에서 백년가게로 선정된 음식점은 ‘만석장’(쌈밥전문점·은평구), ‘삼거리 먼지막 순대국’(순대국·영등포구), ‘선천집’(한정식·종로구) 등이다. 중구에 있는 호프집 ‘을지OB베어’(호프집·중구) 등도 리스트에 올랐다. 1982년 문을 연 만석장은 고기 냄새를 없애기 위해 특허받은 황토가마를 사용하는 등 차별화 전략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거리 먼지막 순대국은 양이 많고 가격도 주변보다 저렴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평가다. 전북 전주의 ‘늘채움’은 부대찌개를 비롯해 정식, 생선구이 등을 판매한다. 주문받기 전에 음식을 조리해 놓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 동구의 민물장어구이집 ‘스미센’, 강원 원주시 치킨가게 ‘진미양념통닭’, 충남 태안의 간장게장집 ‘학암식당’, 경남 창원의 한우식당 ‘화성갈비’ 등도 지역 맛집이자 명물가게로 평가받았다.

도소매업체 중에는 서울 종로구의 정우상사(시계 도소매), 전북 정읍 ‘제일스포츠’(운동용품점), 부산 부산진구 ‘협신전자’(전자부품) 등이 지속성장 가능성이 높은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소진공 관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 혁신성뿐 아니라 경영자의 철학과 조직 운영의 투명성, 회계 및 재고관리 시스템까지 살펴봐 장수할 기업을 발굴했다”며 “설립 110년을 넘긴 서울 이문설농탕처럼 대를 이어 사랑받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성공모델 확산

백년가게 육성사업은 과도한 자영업자 비중과 빈번한 창·폐업 등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시장 구조 속에서 지속성장의 가치를 실현하는 소상공인 성공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올해 시범사업으로 도입됐다. 과밀업종으로 분류되는 도소매·음식업에서 30년 이상 사업을 운영 중인 소상인·소기업이 대상이다.

전문가들이 현장방문을 통해 상품, 서비스, 조직 운영, 경영자, 재무성과 등 5개 분야의 혁신성에 점수(20점)를 매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모범음식점 등으로 지정되면 최대 5점, 회계 및 재고관리 시스템을 적용하면 1점, 협동조합 등 단체조직에 가입돼 있으면 1점 등 최대 7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선정된 소상인에게는 백년가게 확인서와 현판을 발급할 예정이다. 홍보·마케팅 및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 지원 우대 혜택이 주어진다.

소진공은 참여 신청을 수시로 받고 매달 선정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올해 6억원에 그친 백년가게 예산을 내년에는 170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향후에는 대상 업체의 평판도 조사를 반영하고 1년에 한 차례씩 실태조사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할 예정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