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주가도 폭락하면서 중국 주식시장 규모는 4년 만에 일본 증시에 추월당했다.
中 금융시장 '통상전쟁 발작'… 위안화 가치·증시 동반 추락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은 최근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내놓으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부채 축소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충격 최소화를 통한 안정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인민은행은 3일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56% 오른 6.8322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을 올렸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평가절하했다는 뜻이다. 전날 5거래일 만에 위안화 가치를 0.51% 절상했지만 시장에서 오히려 환율이 오름세로 마감하자 하루 만에 다시 절하한 것이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5월31일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작년 5월25일 이후 최고치인 6.8767위안까지 뛰었다. 오후 들어 상승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기준환율보다는 0.5%가량 올랐다. 이번주 위안화 가치는 전주보다 0.8% 떨어져 8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1994년 중국이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한 이래 주간 기준으로 가장 긴 하락세다.

중국에선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공표한다. 당일 시장환율은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이안 후이 JP모간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하면 자본 유출 우려와 함께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中 금융시장 '통상전쟁 발작'… 위안화 가치·증시 동반 추락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6일부터 외환 선물거래에 20%의 증거금을 요구하겠다고 이날 저녁 전격 발표했다.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을 예상해 선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위안화를 파는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려는 조치다. 중국은 2015년에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20% 선물 증거금을 도입했다가 이후 환율이 안정되자 지난해 9월 폐지했다. 인민은행 발표 직후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반등했다.

전날 상하이종합지수가 2800선이 무너지면서 중국 주식시장은 일본에 밀려 세계 3위로 추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를 합친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6조900억달러로 일본 도쿄증시(6조1700억달러)를 밑돌았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주식시장은 미국으로 31조달러 규모다.

중국 증시는 2014년 11월 일본 증시를 추월한 뒤 2015년 6월 사상 최고치인 10조달러를 넘어섰다. 올 들어선 중국 정부의 부채 축소 정책 및 미국과의 통상분쟁 격화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상하이지수는 16%가량 하락했고 상하이와 선전증시의 우량주들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20% 정도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지난 1월의 고점 대비 2조2900억달러 줄었다.

배니 람 홍콩 CEB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통상전쟁에도 일본 증시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