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주요 자동차 제작사들이 오는 2020년부터 발효되는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을 앞두고 배출가스 수준을 오히려 높이는 새로운 '속임수'를 사용하고 있음을 밝혀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FT는 앞서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업체들이 특수 설비를 장착해 배기 가스양을 실제보다 적게 나오도록 조작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배기 가스양이 실제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것처럼 시험결과를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배기 가스양을 높게 설정함으로써 향후 감축 목표 달성을 더욱 쉽게 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집행위는 유럽의회와 각료회의에 보낸 관련 보고서에서 자동차업체들이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는 과도기간인 오는 2020년을 앞두고 배출가스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는 '명백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집행위는 지난해 11월 자동차업체들에 배기가스를 오는 2020~2025년 15%, 그리고 2030년까지는 30%를 감축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강화된 배기가스 측정방식(WLTP)에서 보다 높은 배기가스 배출량을 기록함으로써 후속 감축 목표 달성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곧 자동차업체들로서는 '출발점'을 높여 상대적으로 목표 달성이 용이해지는 셈이다.

집행위 산하 공동연구소(JRC) 전문가들은 WLTP 시험결과 및 회원국 감독기관들이 제공한 데이터들을 분석한 결과 현행 이산화탄소(CO2) 배출수준이 과장돼 있음을 밝혀냈다. 동일한 차량을 기존의 방식으로 테스트한 결과 WLTP 결과가 과장돼 있으며 양자 간에 '고의적인 왜곡'이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집행위 보고서에 따르면 WLTP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실제 수준보다 평균 4.5%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체들이 조사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게 나타날 경우에만 공식 테스트를 요구하게 돼 있는 WLTP 규정상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겔 아리아스 카네트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FT에 "우리는 속임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출발점이 실제와 부합하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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