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유통혁명
(1) AI·로봇이 바꿔놓은 유통 판도

로봇이 운반·선별 '척척'
바둑판 모양 '스마트 플랫폼'
로봇 오가며 박스 자동처리
해외업체, 앞다퉈 기술 도입

온라인 영업만으로 흑자행진
英 유통 1위 테스코 앞질러

"우린 유통 아닌 기술기업"
엔지니어만 1600여명 달해
생산성 10배 높이는 '10X'팀
발상전환 통해 신기술 개발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1위 업체 오카도는 물류센터에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로봇이 상품을 운반하는 ‘스마트 플랫폼’ 시스템을 도입해 물류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오카도 제공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1위 업체 오카도는 물류센터에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로봇이 상품을 운반하는 ‘스마트 플랫폼’ 시스템을 도입해 물류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오카도 제공

세계 유통 기업들로부터 요즘 뜨겁게 ‘구애’를 받는 곳이 있다.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1위 기업 오카도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는 지난 5월 오카도 지분 5%를 취득했다. 오카도의 무인 물류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하면서다. 크로거는 자사 물류센터 20곳과 미국 내 2700여 개 매장에 오카도의 신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영국의 모리슨, 프랑스 카지노, 캐나다 소비스, 스웨덴의 ICA 등 유럽과 북미를 대표하는 유통업체들도 오카도의 물류 기술을 앞다퉈 도입 중이다. 오카도가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이유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온라인 물류센터를 지을 때 참고한 것도 오카도다.

◆물류생산성 극대화에 집중

오카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상식을 파괴’한 혁신적인 기술 때문이다. ‘컨베이어벨트 없는’ 물류센터가 그렇다.

유통업체의 표준화된 물류센터는 컨베이어벨트에 박스를 올려 돌아가는 구조다. 오카도도 처음 지은 두 곳의 물류센터에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했다. 문제는 ‘병목현상’이었다. 박스 하나만 늦게 처리해도 공장 전체 작업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됐다. 컨베이어벨트 구조상 어쩔 수 없었다.

오카도는 지난해 앤도버에 지은 세 번째 물류센터에 컨베이어벨트를 없앴다. 대신 바둑판 모양으로 된 ‘스마트 플랫폼’을 깔았다. 바둑판 모양의 각 칸에는 고기, 우유, 세제 등 상품이 든 박스가 층층이 쌓여 있다. 깊이는 6.3m다. 주문이 들어오면 로봇이 곧바로 달려가 박스에서 상품을 빼낸다. 1100여 대의 로봇이 ‘바둑판’ 위를 다니며 주문을 처리한다. 데이비드 샤프 오카도 기술부문장은 “컨테이너선에서 컨테이너를 차곡차곡 쌓고 옮기는 데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컨베이어벨트 없앤 오카도의 실험… 물류 효율 45% 높였다

컨베이어벨트를 없앤 효과는 컸다. 새로 지은 앤도버 물류센터의 효율이 45% 상승했다. 오카도는 내년 가동 예정인, 앤도버 센터 두 배 규모(4만8304㎡)의 네 번째 물류센터에 3500여 대의 로봇을 설치하기로 했다.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오카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에서만 영업해 이익을 낸 드문 사례기 때문이다.

오카도는 창업 11년 만인 2011년부터 흑자를 냈다. 작년 매출 14억3200만파운드(약 2조1000억원), 영업이익(감가상각 차감 전 기준) 8400만파운드(약 1220억원)를 거뒀다. 온라인에선 영국 1위 유통업체 테스코를 앞섰다. 오카도를 창업한 팀 스테이너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에서는 이익을 못 낸다’ ‘영국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안 산다’ 이 두 가지 고정관념을 오카도가 깼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루 보이카 오카도 기술홍보부문장은 “생산성을 극도로 높이는 데 집중한 덕분에 흑자 달성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로봇까지 직접 만들어

오카도는 스스로를 ‘기술 기업’이라고 부른다. 업(業)의 본질을 ‘유통’이 아니라 ‘기술’로 보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200여 명과 하드웨어 엔지니어 약 400명을 두고 있다. 오카도가 자랑하는 ‘3차원(3D) 물류 조망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물류센터 상황을 그래픽으로 재현했다. 물류 흐름을 복잡한 숫자와 표 대신, 한눈에 보여줘 누구나 쉽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소프트웨어 다음은 하드웨어였다. 박스에 봉지를 씌우는 로봇은 오카도가 2015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작업이라 로봇으로 대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상품을 담아 주문 박스에 넣는 ‘피킹 로봇’도 조만간 배치할 예정이다. “과일이나 채소 등도 처리가 가능하다”고 샤프 부문장은 설명했다.

오카도에는 20여 명의 엔지니어가 신기술만 전담하는 ‘10X’팀이 있다. 생산성을 10% 올리는 게 아니라 10배로 올리기 위한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게 이 팀의 일이다. 자율배송 트럭 개발은 당장 투입해도 될 정도로 마무리 단계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물류센터 내 수리가 필요할 때 사람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로봇 개발 역시 거의 끝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사람과 대화하며 주문을 처리하는 알고리즘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런던=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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