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투자자-국가소송(ISD) 공격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는 보건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의 발표를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지난달 참여연대 추천으로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자리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은 적폐' 결정 "참여연대 소속 민변 변호사가 주도"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작년 11월 설치된 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는 대학 교수 등 민간위원 7명과 복지부 공무원 7명으로 구성됐으며, 민간위원 중 한 명이 이 변호사다. 적폐청산위원회는 지난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엘리엇은 곧바로 이를 역이용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손해를 봤다며 ISD 절차에 들어갔다. 적폐청산위원회가 빌미를 준 거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을 적폐 목록에 넣은 작업은 사실상 이 변호사가 주도했다는 게 위원회 관계자들의 얘기다. 적폐청산위원회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실무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평소에도 관련 문제를 많이 지적했다”며 “국민연금 관련 문제는 이 변호사가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참여연대에서 국민연금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주로 펼쳤다. 그는 진보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이기도 하다.

이 변호사는 지난달 20명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박능후 복지부 장관) 멤버까지 됐다. 기금운용위원회는 6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다. 이 변호사는 참여연대 추천으로 위원이 됐다.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과정에서 참여연대의 입김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인데,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잘못을 인정했다가 엘리엇의 제소에 명분을 줬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