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의 아워홈, 1.6兆 매출 '역대 최대'
‘1만 명이 먹을 밥을 지어 1시간 안에 배식하는 일.’ 단체급식 사업의 정의다. 이 업계는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계란 파동, 채소값 폭등 등 먹거리 관련 악재가 많아서다. 이 가운데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과 5%대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회사가 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이다. 2년 전 대표이사에 취임한 구본성 부회장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9일 아워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 대비 11.3% 늘어난 1조59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한 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인 5%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외식 사업을 수주하고 식자재 유통 사업을 키운 게 핵심 요인이다.

◆아워홈 ‘구본성 체제 2년’

구 부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은행, LG전자와 삼성물산의 해외사업 분야에서 일했다. 구 부회장이 2016년 6월 아워홈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하기 전까지 여동생 구지은 씨(현 캘리스코 대표)가 회사를 이끌었다. 구 부회장이 전격 발탁된 것은 ‘장자 상속’을 원칙으로 하는 그룹 가풍을 잇는다는 아버지의 결심에 따른 것. 당시 업계에선 식음료 사업에 문외한인 구 부회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었다.

구 부회장은 취임 직후 “2020년까지 매출 2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전까지 회사를 이끌던 구지은 대표가 외식 사업에 집중했다면 구 부회장은 해외 사업부에 힘을 싣고, 생수 사업과 식자재 물류 등 새 먹거리 찾기에 집중했다. 해외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의 대대적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그 결과 고정비 지출이 많은 단체 급식과 식자재 유통 사업에서 ‘마의 숫자’로 불리는 영업이익률 5%를 취임 첫해 달성했다.
구본성의 아워홈, 1.6兆 매출 '역대 최대'
◆LG 독립 후 첫 매출 1조5000억

취임 2년차인 지난해 4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식음사업권을 따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의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외식업계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제2터미널 사업을 수주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외식업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제2터미널 식음사업장에서 최대 규모인 총 3086㎡ 면적, 4개 푸드홀을 따냈다”며 “하루평균 1만 명, 3월까지 누적 60만 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식자재 물류, 식품 제조, 단체 급식, 외식 사업 등 식품에 관한 사업은 다 한다. 원래 LG유통 푸드서비스 사업을 하던 내수기업이었다. 1987년 LG트윈타워 사원식당을 열며 단체 급식을 하다 2000년 LG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이후 외식 사업과 식품 제조 사업 등으로 확장한 회사다. 싱카이와 캐세이호 등 중식 브랜드, 일식 키사라, 뷔페 오리옥스, 버거헌터, 밥이답이다 등이 아워홈의 브랜드다.

성장 배경에는 대규모 신규 투자도 있었다. 지난해 3월 베트남 하이퐁 법인을 설립하고, 급식 사업을 시작했다. 동서울물류센터와 양산2물류센터, 제주물류센터 등 물류센터 세 곳을 건립해 식자재 유통 인프라를 개선했다. 전국 총 14개 거점 물류체계가 완성되며 식자재 유통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에브릿 홍익푸드 송정푸드 등 유명 외식프랜차이즈 기업과 대규모 식자재 납품 계약을 하는 등 식자재 부문 신규 수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이상 상승했다.

실버푸드와 키즈푸드 등 신규 사업에서 성과도 냈다는 분석이다. 어린이 프리미엄 식자재 브랜드 아워키즈는 2500여 곳에 유통되고 있다. 실버푸드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 사업 매출은 4.3% 증가했다. 베트남 급식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베트남 호텔도 인수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