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사장
백복인 KT&G 사장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을 두고 주요 주주들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백 사장 연임을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KT&G의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 사장 연임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9일 <한경닷컴>이 입수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오는 16일 열리는 KT&G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백 사장 연임에 대해 찬성 권고 입장을 기관투자자들에 전달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날 기관투자자들에 보낸 문서에서 "백복인 후보는 인도네시아 현지기업과 관련된 회계부정 논란에 연루된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가 진행 중"이라며 "업무상 배임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있으나 당국의 수사 착수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논란은 백 후보가 본부장과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제기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백 후보의 책임 소재는 당국의 회계감리 결과가 나와야 확실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현재로선 대표이사로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할만한 충분한 정보를 알수 없다"며 찬성 입장을 권고했다.

다만 "백 후보와 관련된 논란이 분식회계, 배임등 중대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실로 밝혀질 경우 회사가치에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여지가 있다"며 "기관투자자가 그러한 부정적 영향을 보다 중대하게 여길 경우 권고와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고객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자문 형식 및 절차, 특정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에 대해 어떠한 것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KT&G의 주요주주 지분율을 살펴보면 국민연금 9.09%, IBK기업은행 6.93%, 외국인 53.16%, 기관투자자 등 기타 30.82%다. 이미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기업지배구조원의 자문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마저 반대표를 던질 경우 백 사장의 연임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IBK기업은행은 불공정한 사장 공모 과정, 백 사장의 분식회계 의혹 등을 이유로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KT&G 이사회와 충돌해왔다. 또 2011년 백 사장의 재임 기간 진행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악의 경우 CEO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도 것도 우려했다.

또 이날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해 주총 의안분석 임무를 맡아온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후보선임 절차 및 분식회계 의혹 등을 근거로 백 사장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백 사장 연임의 험로가 예상됐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의안분석 본부장은 "사실상 정부의 흡연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은행이 반대하는 백 후보자가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주도해 나갈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세계 최대의결권 자문기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백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ISS는 "공모기간은 짧았지만 전체적인 과정은 사외이사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됐다"며 "2015년에는 사장 후보를 외부까지 확대했지만 당시 정부에서 관료 출신 인사를 추천한 만큼 KT&G의 사장 후보 지원 자격 제한은 합당하다"고 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ISS의 의견을 비중 있게 참고한다는 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의결권 자문을 하는 기업지배구조원도 찬성 권고 의견을 낸 점 등으로 보면 백 사장 연임에 힘이 실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