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분권을 이유로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을 높이면 오히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는 국책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국세에서 지방세로 바뀌는 세수 대부분이 경제력이 집중된 수도권 몫이 될 것이란 우려다.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한국재정학회 세미나에 낸 ‘협조적 분권 국가 헌법의 필요성 고찰’ 논문에서 “지방정부의 자주재원을 단순하게 강화하는 지방세 비중 확대는 한국에선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한국 경제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면 이양된 세금의 70%가 수도권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세 비중 높이면 수도권 쏠림 더 심해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소득세의 67%, 법인세의 69%, 전체 도·소매판매액(지방소비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의 66%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추진 방침을 밝히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7 대 3으로, 장기적으로 6 대 4 수준이 되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국세로 걷는 세금을 단계적으로 지방세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방재정이 탄탄해지고 그 결과 지방분권의 기반이 강화될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 같은 기대가 현실과 어긋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지방분권을 강화하기보다) 수도권의 재정 확충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중앙과 지방이 세원을 공유하는 공동세 확대를 제안했다. 현재 공동세 방식으로 걷는 대표적 세금이 부가가치세다.

기획재정부도 지방재정 분권 방안으로 공동세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재정 분권을 논의하면서 소득세와 법인세도 공동세 방식으로 걷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중앙정부가 소득세와 법인세를 걷은 뒤 지방교부금 명목으로 지자체에 나눠주고 있지만 아예 일정한 비율을 정해 교부하자는 취지다.

반면 행안부는 공동세 확대보다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걷을 수 있는 지방소득세 인상을 원하고 있다. 현재 납부 법인·소득세액에 10%가 지방소득세 명목으로 부과되는데 이 비율을 20%로 올리는 방안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