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덮치면서 외환시장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하루 새 원·달러 환율이 10원 가량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대외 여건 변화에 민감한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중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평균 변동률은 0.36%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0.21%)보다 0.15%포인트 뛰었다.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서도 원화의 변동률은 컸다. 같은 기간 인도 루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변동률은 각각 0.19%, 0.20%였다. 상대적으로 변동률이 큰 중국 위안화(0.25%)에 비해서도 원화의 변동률이 컸다.

올 초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줄곧 하락세(원화 강세)였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1월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밑으로 내려앉은 뒤 올 들어선 1060~1070원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이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달 들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확산됐고 원화 가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투매 현상이 벌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자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0원 안팎 급등해 달러당 1090대를 오르내렸다.

한국은 신흥국 가운데서도 시장 개방도가 높아 위험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원화 가치에 빠르게 반영된다. 급격하게 확대된 변동성이 한국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긴급 회동을 갖기도 했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만나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성, 환율 문제 등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경제당국 수장 김 부총리와 통화 당국 수장인 이 총재의 회동은 이번이 5번째다.

회동 후 김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와 재정 투자에 대한 합의 등으로 인해 증시나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모든 것을 다 보고 주요 은행들의 금리정책이 실제로 금융시장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점검하고 나서 판단을 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김은정/오형주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