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리더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非)OPEC 석유대국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예정된 원유 감산을 재확인하고 그 이상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미국 셰일오일업계는 증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모두 국제 유가를 더 밀어올릴 수 있는 소식이다.

산유국 '잠잠한 셰일' 틈타 감산연장 시사… 유가 80달러 가나
주요 산유국 감산 점검회의 참석차 21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OPEC을 비롯한 석유 수출국 장관들이 감산 이행 의사를 재확인했음에도 여전히 석유시장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감산 기한이 만료돼도 OPEC 및 사우디와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OPEC과 기타 산유국들은 지난해 1월부터 감산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 배럴당 50달러 선을 지키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개월물 가격은 6월에 42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오르지 않는 유가 때문에 감산 무용론이 제기됐고 사우디는 수출 통제 카드로 대응했다. 지난해 10월 50달러 선을 회복한 유가는 12월 하순 60달러를 돌파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WTI가 70달러, 북해산 브렌트유가 8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런 유가 반등을 감산 효과로 보고 올해도 감산 유지를 바라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흐 사우디 석유장관은 “석유 초과공급량이 지난해 초 3억4000만 배럴에서 최근 2억2000만 배럴로 줄었지만 감소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분명하다”며 감산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협조 의사를 밝혀 감산 유지에 힘이 실린 모양새다. 두 장관은 2019년에도 감산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른 협력 가능성은 열어뒀다.

OPEC과 러시아가 감산 기조를 확실히 하면서 시장은 주요 변수인 미국 셰일오일업계를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셰일오일업계는 유가 반등기에 생산량을 늘려 이익을 취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유가가 40% 이상 올랐는데도 셰일오일업계는 즉각적인 증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체 주주와 채권자들이 증산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보다 고유가로 인한 이익 실현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셰일오일업계가 당분간 60달러 선의 유가를 관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증산을 선택하는 순간 유가 상승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량 전망치를 하루당 87만 배럴에서 110만 배럴로 조정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