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미지 처리 기능을 강화하고 연산 및 데이터 전송 속도를 대폭 높인 신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출시했다. 이르면 다음달 출시될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배 빨라진 '모바일 두뇌' 갤S9에 탑재
◆두 배 빨라진 연산·제어 성능

삼성전자는 4일 2세대 10나노 핀펫(3차원 구조) 공정으로 독자 개발한 모바일 AP ‘엑시노스9(9810)’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모바일 AP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이번에 출시된 엑시노스9810은 △연산 및 제어 △그래픽 △통신 △영상 이미지 처리 △보안 등 모바일 AP의 다섯 가지 핵심 기능이 모두 개선됐다.

최적화한 설계 구조와 소프트웨어 기술 등으로 단일 코어의 처리 성능은 작년 초 나온 엑시노스9(8895)보다 두 배, 복합 코어 성능은 40% 개선됐다.

엑시노스9810은 영상 이미지 처리 과정에 신경망을 기반으로 하는 딥러닝 기능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이미지를 스스로 인식, 분류, 검색하는 지능형 이미지 기능을 갖췄다”며 “AI에 기반한 반도체 초기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술로 이미지 처리

엑시노스 9810이 적용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빠르고 정확하게 이미지를 검색할 수 있고 어두운 곳에서도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아웃포커스 기능(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기능)과 야간 촬영 성능도 개선됐다. 지난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X가 채택한 3차원(3D) 안면인식 기능도 지원한다. 삼성전자 휴대폰엔 아직 없는 기능이다. 안면 홍채 지문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보안 기능도 강화됐다.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모뎀을 장착해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도 초당 1.2기가비트(Gbps)로 빨라졌다. 1.5기가바이트(GB) 영화 한 편을 10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작년 모델보다 20% 빠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퀄컴의 모바일 AP 브랜드인 스냅드래곤과 자체 브랜드 엑시노스 시리즈를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장착해왔다. 엑시노트9810은 갤럭시S9과 갤럭시노트9 등 전략 스마트폰에 탑재될 예정이다.

모바일 AP와 이미지센서 등을 다루는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 기술력은 최근 수년간 급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사업부에 밀려 서자 취급을 받던 사업이었다.

김기남 반도체·부품(DS) 부문장이 2014년부터 3년 동안 반도체 총괄과 시스템LSI사업부장을 겸임하면서 시스템LSI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사장은 “모바일 AP, 이미지센서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자동차 등 AI가 활용되는 다양한 제품에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장의 전망은 현실이 됐다. IoT 기기가 확산되고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하면서 시스템LSI 사업부의 덩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4년 3.2%에 불과하던 삼성전자의 세계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말 8.2%로 높아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