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일렉트로마트
신세계 일렉트로마트
신세계는 지난해 유아용품 전문점 ‘베이비써클’, 프리미엄 슈퍼 ‘PK마켓’, 장난감 전문점 ‘토이킹덤’ 등 전문점 브랜드를 선보였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이 문을 열 때쯤이다. 축구장 70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쇼핑몰을 채우기 위해서는 기존 브랜드 외에 새로운 전문점이 필요했다. 올 9월 스타필드 고양을 열 때는 전문점이 더 커지고 많아졌다. 신세계가 보유한 전문점 브랜드는 13개나 된다.

◆전문점으로 차별화

유통업체들이 전문점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화’를 위해서다.

2000년 문을 연 신세계그룹 첫 전문점인 패션 편집숍 ‘분더샵’부터 화장품 전문점 ‘시코르’, 노브랜드 상품 전문점, 남성 라이프스타일숍 ‘하우디’ 등은 기존 유통회사가 잘 시도하지 않는 형태 매장이었다. 시코르에서는 화장품을 제한 없이 맘껏 써볼 수 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 자체상표(PB) 상품이어서 다른 유통 채널에서는 살 수 없다. 하우디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농구화, 라이터 같은 상품만 따로 모았다.

롯데도 비슷한 판단을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리빙 전문관 ‘엘리든홈’을 열었다.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MD)들이 해외에서 들여온 북유럽 스타일 리빙 상품을 판매한다. 세계 최대 리빙쇼인 독일 ‘알비안테’, 프랑스 ‘메종&오브제’ 등 박람회에서 찾아낸 제품들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선 어딜 가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상품을 많이 갖다 놨다”고 했다.
24년 만에 처음 점포 줄인 이마트, 전문점은 올해 116곳 늘려
◆만물상식 매장 선호하지 않아

소비 패턴 변화도 유통회사의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쇼핑몰에 가면 수십 만 개의 제품이 있다. 해외에서 직구도 한다. 해외여행이 일반화하면서 면세점 쇼핑도 일상이 됐다. 백화점과 마트는 온갖 상품을 다 파는 ‘만물상’ 방식 매장 운영으로는 이런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형마트가 대표적인 만물상이다. 대형마트 한 점포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4만~5만 개에 달한다. 규모를 키우고 품목 수를 경쟁적으로 늘린 결과다. 잘나갈 때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상품 가짓수를 늘려봐야 사실상 무한대인 온라인을 당할 수 없고, 가격도 고정비가 적게 드는 온라인과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이 제공하기 힘든 전문적인 상품 추천과 색다른 체험이 아니면 소비자를 불러 모으는 게 불가능하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1인 가구 증가도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성장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들은 주로 편의점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입하고, 고가 상품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롯데 엘큐브
롯데 엘큐브
◆밀레니얼 세대 공략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백화점과 마트를 덜 찾는 영향도 있다. 특히 10~20대는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백화점에서 20대 이하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40~50대가 대부분이다. 미래 소비자인 10~20대가 백화점을 찾지 않으면서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부터 ‘엘큐브’ 매장을 늘리고 있다. 10~20대가 주로 가는 홍대, 이화여대와 가로수길에도 매장을 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 중인 시코르도 비슷한 콘셉트다. 시코르의 주된 타깃은 20대 여성이다. 이들은 백화점 1층 화장품 브랜드숍에 잘 가지 않는다.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작년 말 별도로 화장품 전문점을 선보였다. 점원은 손님에게 화장품 구입을 권하지 않는다. 질문에만 답한다. 효과도 있었다. 시코르 매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장품 마니아의 성지’란 소리까지 듣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가장 큰 고민은 젊은 층 수요를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시코르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