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가치주 펀드가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정보기술(IT)·바이오주와 같은 성장주가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면서 가치주는 소외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가치주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비중을 늘릴 때라는 조언도 나온다.

1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가치주 펀드 96개에서는 3조1812억원이 순유출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테마펀드 30종 중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한 달 기준 345억원, 1주일 기준 294억원이 순유출되는 등 ‘뭉칫돈’이 이탈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치주 펀드에서 등을 돌리는 이유는 성장주가 시장 상승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IT주가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 기록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바이오·전기차 등도 모두 성장주다.

가치주 펀드는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해 장기보유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무엇보다 ‘싼 주식’을 찾는 게 가치주 펀드매니저들의 목표다. 이 때문에 주가에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높은 IT나 바이오 등은 담기 힘들다. 가치주는 주로 금융 조선 음식료 등 업종에 몰려 있다.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올 들어 가치주 펀드는 코스피지수는 물론 액티브 주식형펀드 평균보다도 못한 수익을 냈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는 25.4% 올랐고, 액티브 주식형펀드 전체는 19.6%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가치주 펀드 평균 수익률은 13.0%를 기록했다.

대부분 시장 전문가는 당분간 성장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장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더라도 가치주 비중을 늘릴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유동원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장기금리가 점차 오르면서 가치주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며 “대표 가치주인 금융과 에너지 업종의 비중을 늘릴 때”라고 분석했다. 금리가 높아질 때는 미래 주가에 대한 할인율이 커지기 때문에 성장주처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은 기업이 약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