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푸는 '어른이들'
5년차 직장인 허인영 씨는 얼마 전부터 점심을 먹은 뒤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대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본어 공부를 한다. 매일 4~5장의 학습지를 푼다. 퇴근길에는 독서모임을 찾는다. 그는 “직장을 언제까지 다닐지 몰라 뭐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뭔가 배우고 나를 채우면서 불안감이 줄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공부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와 자기만족, 스트레스 해소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책상에 앉는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던 구몬학습의 성인 회원은 5만 명을 넘어섰다. 5년 새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트레바리는 1년여 만에 회원이 1000여 명이 됐다. 과외를 매칭해주는 스타트업(스터디서치 등)도 생겨났다.

이들을 다시 공부의 세계로 안내한 것은 불안과 불만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매년 열 명 중 한 명꼴로 직장을 옮긴다.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작년 27.7%를 기록했다. 작년 5월엔 직장인을 위한 ‘퇴사 학교’까지 생겼다. 3000명가량이 다녀갔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30~40대는 어린 시절에 주어진 공부를 하도록 강요받은 세대”라며 “성인이 돼 그동안 하고 싶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라/이현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