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일본경제포럼에서 강연하는 이준석 위원. / 사진=최혁 기자
29일 열린 일본경제포럼에서 강연하는 이준석 위원. / 사진=최혁 기자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같은 개념이 한국에 없는 게 아닙니다. 한국도 잘하는 기업들이 있어요. 단 모노즈쿠리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사상적으로 체계화해 기업들이 손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노력은 우리가 부족하죠.”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15회 한경 일본경제포럼’ 강연자로 나선 이준석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문위원(사진)은 모노즈쿠리의 강점을 이 같은 시스템에서 찾았다.

이 위원은 통상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정도로 풀이하는 모노즈쿠리를 단순한 개념이나 용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심층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노즈쿠리 사상의 정립 ‘배경’ 이해 △모노즈쿠리를 기업의 중심 경쟁력으로 삼기 위한 ‘정책’에 대한 분석 △‘지속성’ 있는 추진 노하우 등을 꼽았다.

그는 “모노즈쿠리를 ‘혼이 깃든 장인정신’으로만 해석하면 예술 영역에 가까워진다. 지금의 모노즈쿠리는 제조업 차원에서의 정립된 철학”이라며 “모노즈쿠리가 일본 제조업의 기반기술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은 사상적 정립과 정책적 활성화, 지속적 경신·성장 등 3요소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결론적으로 철학과 실천 및 운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일본은 관련 법률, 정책, 기술 등을 세부화한 뒤 그 내용을 업데이트 하면서 발전시키는 과정이 더해졌다”며 “그 총합이 바로 모노즈쿠리”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능, 품질, 스펙에 초점을 맞춘 모노즈쿠리에서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에 대한 ‘고토즈쿠리’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능적 차별화보다 감성, 디자인 같은 부가가치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 아이폰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장기 청사진에 토대한 사상적 체계 정립과 정책 지속성도 거듭 주문했다. 이 위원은 “20~30년 단위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본받을 모델을 공유해야 한국의 모노즈쿠리, 나아가 고토즈쿠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