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과의 싸움…미래라는 단어도 조심스럽다"
3일(현지시간) 폐막한 올해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불확실성’이었다. 투자 대가들은 새로운 기회와 지침을 제시했던 예년과 달리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데이비드 헌트 푸르덴셜자산운용(PGIM)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직면한 최대 도전은 세계 시장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점”이라며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수익을 낼 기회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자산운용사 캐넌파트너스의 미첼 줄리스 회장은 “오늘날 세계를 정의하는 단어는 한마디로 복잡함(complexity)”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망도 마찬가지였다. 그레그 와인버거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M&A 대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해 거시환경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시장이 멈춰서 있다”고 말했다. 로이 바하트 블룸버그베타(기술투자펀드) 대표는 “이제 미래가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말할 때 쓰는 ‘윌(will)’이라는 단어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스티브 크라우스코스 언스트앤영(EY) 부사장은 “M&A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며 “현재 검토하는 합병 건의 최대 변수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리온 칼배리아 씨티그룹 기업고객부문 회장은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성장세에도 정치적 변수와 환율, 기술 변화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대형 M&A는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호황과는 별개로 비관론도 고개를 들었다.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규제 완화와 감세로 더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에 빠져 있지만 성장률은 2% 이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공산주의 경제”라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에 ‘이렇게 하라’고 말하면 기업들이 입을 다물고 지시를 따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반이민 정책으로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 것이고 재정적자를 늘리는 대규모 감세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달러화 가치를 올려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