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환시개입 안 해"…금융규제 완화·보호주의 무역 우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드라기 총재는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 출석해 "우리는 환율조작을 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통화 정책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미국의 경기변동에서 다양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이어 "ECB는 2011년 이후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당시 개입도 주요 7개국(G7)의 일치단결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당시 나바로 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드라기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와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상황을 반복하겠다는 생각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또 "솔직히 규제가 금융위기 전보다 건전한 은행과 금융 서비스 산업을 만든 상황에서 이를 완화해야 할 어떤 이유도 못 찾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등을 요구하는 '월가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이하 도드-프랭크법)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침에 서명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줄곧 외쳐온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는 "우리 유럽연합(EU)은 자유무역에 기반을 두고 탄생했다"며 "보호주의 정책의 발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유로존 회원국들의 탈퇴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로존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으며, 이탈리아 오성운동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유로화는 번복 불가능하다"며 "이는 조약"이라고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반복해 말했다.

그는 또 유럽의회에 출석하기 전 인터뷰를 통해 "유로존 탈퇴 이슈와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만약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나간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ECB가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