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창립 이후 최초…"정치적 중립성·도덕성 지켜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인명진 전 공동대표에게 단체 창립 최초로 영구제명 조처를 했다.

경실련은 26일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임원 등에 대해 임기 중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을 지키고자 정치활동을 금하는 '경실련 윤리행동강령' 위반을 이유로 인명진 전 공동대표를 영구제명했다고 밝혔다.

인 전 공동대표는 23일 오후 구두로 공동대표직 사의를 표했으나 경실련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징계 절차를 개시, 주요 임원회의 결정과 상임집행위원회의 추인을 통해 영구제명을 결정했다.

인 전 공동대표는 갈릴리교회 원로목사로,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경실련 공동대표는 올해 3월부터 맡아왔다.

경실련은 인 전 공동대표가 공동대표로서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성을 가져야 함에도 '경실련 규약'과 '경실련 윤리행동강령' 등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경실련 규약에 따르면 사업에 유해한 행위를 하거나 대외적인 명예를 현저히 실추시킨 자는 징계할 수 있다.

또 윤리행동강령에는 '경실련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 공동대표 등 주요임원은 경실련 활동을 하면서 정치 행위 및 정당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을 지켜야 하며 이 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해당자를 징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실련은 인 전 공동대표가 이러한 경실련의 규약과 강령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정치참여를 결정하기 전에 경실련 임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실련이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 위법행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 및 대통령 직무정지 가처분 청구' 소송을 본인이 참여해 진행했음에도 이 사건을 왜곡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핵심당직을 수용하는 정치적, 윤리적으로 해서는 안 될 모순된 정치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전국의 3만 회원들이 기득권 독식과 부조리한 경제·사회구조 개선을 위해 수개월째 촛불을 들고 시위하고 있음에도 경실련의 정체성에 반하는 정치적 선택을 한 부분도 문제로 봤다.

경실련은 "앞으로도 시민단체의 자율성·독립성·비정파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함께 일하는 모두가 잘사는 민주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kamj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