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과자 맥주 등 식음료 업체가 소비자가격을 잇달아 올리자 정부가 ‘경고 사인’을 보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나섰다. 황 대행은 22일 식음료 공산품 가격 인상에 “불합리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민생 물가 잡기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일각에선 시장원리를 무시한 ‘가격 통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교안 대행 "식음료값 인상 불합리"…또 '관제물가'?
◆정부, 가격 인상 감시 강화

황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국정현안 관계장관 회의’에서 “빵이나 음료 등 가공식품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없도록 감시와 지도 활동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시가스, 상·하수도,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도 시기와 폭을 조절해 서민 부담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황 대행의 이 같은 발언은 하반기 들어 민생과 직결된 식음료 공산품 가격이 높아져 서민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황 대행도 “최근 유가 상승,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대표적 서민 식품인 라면 달걀 등 생필품 가격이 상승해 취약계층과 서민의 시름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줄줄이 오르는 공산품 가격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빵 과자 맥주 등 식음료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국내 맥주 매출 2위 기업인 하이트진로는 이날 맥주 가격을 평균 6.33% 인상했다. 2012년 7월 이후 4년6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다. 지난달 오비맥주도 맥주 가격을 6.0% 올렸다.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잇따라 인상됐다. 국내 라면 매출 1위 기업인 농심은 이달 들어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과자 업체들도 지난 3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삼양식품, 크라운제과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5월 초 해태제과의 부라보콘과 롯데푸드의 구구콘, 빙그레 메타콘과 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 가격도 올랐다. 파리바게뜨는 이달 초 193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높였다.

업계는 최근 5년 동안 관련 제품 가격이 거의 제자리여서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현실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이 누적돼왔다”며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미루다 최소한으로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제 물가 다시 등장하나

일각에선 정부의 물가 관리가 과거 가격 통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일명 ‘MB물가지수’가 논란이 됐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필수품목 52개를 공무원이 책임실명제로 관리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배추는 농림수산식품부 A국장, 샴푸는 산업통상자원부 B과장 식으로 담당자를 정해 수급을 책임지고 물가를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수급을 왜곡시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는 “공산품 가격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며 “찍어 누르기식 물가 통제는 부작용만 키워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는 게 지난 수십 년간의 정책 실패 역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가격 통제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일정 가격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가 분석 등으로 가격 인상 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를 통해 공산품 가격 인상의 적절성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김주완/강영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