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기업가 정신에 감명받은 김영기 사장
“수백억달러를 쏟아붓고도 아직 배가 고픈 기업가.”

삼성전자에서 통신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김영기 사장은 지난달 인도 출장길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거래처 고객으로 만난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이 주인공이다. 암바니 회장에게서 한국에서는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기업가 정신을 발견해서다.

올 9월 인도 시장에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내놓은 릴라이언스그룹은 가입자에게 20기가바이트(GB)까지 데이터 통신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LTE 시장을 경쟁자보다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릴라이언스그룹이 투자한 규모가 수백억달러다. 이에 힘입어 릴라이언스 통신서비스 가입자는 하루 100만명꼴로 늘어 내년 말 2억명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통신장비 전문가인 김 사장이 보기에는 2억명에게 2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무리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암바니 회장은 여기에 현실론이 아닌 자신의 비전을 설파했다. 그는 “수백억달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겠지만 데이터 통신에 대한 인도인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앱(응용프로그램) 제작 등 산업 전체 생태계 변화까지 감안하면 현재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의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지난 9월 5GB를 넘어섰다. 3G 통신 서비스 시절 인도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10메가바이트(MB)에도 못 미쳤다.

여기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김 사장은 한국에 돌아와 지인을 만날 때마다 암바니 회장에게 얻은 ‘인사이트’를 전파하고 있다. 그는 “기업 하나가 선진국에서도 힘든 통신 서비스로 인도 같은 큰 국가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시장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퀀텀점프’시키는 도전정신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