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이란 신규 취항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아예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인천~테헤란(이란) 노선 연내 취항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운수권 사용 기한인 내년 3월까지 취항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에선 운수권을 반납하거나 연기를 신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인천~테헤란 노선 주 4회 운수권을 획득했다. 당시 운수권을 둘러싸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은 치열했다.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여객과 화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그때만 해도 대한항공은 “최대한 빨리 취항하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연내 취항을 추진했다.

하지만 막상 취항을 준비하려고 하니 걸림돌이 많았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달러화 거래 제한이 가장 큰 고민으로 꼽혔다.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기본적인 제재는 풀었지만 금융 제재는 유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출입 대금과 외환 거래 시 달러화를 거쳐야 하는 국내 기업에는 치명타”라며 “외환계좌 개설이 안 되니 송금이 어려워 사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때 이란 제재 강화를 주장한 만큼 이란 제재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신규 취항을 망설이는 이유로 전해졌다. 이런 시장 환경 때문에 건설, 자동차, 인프라 등 다른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 역시 진척이 없어 화물 수요마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란 취항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금융거래를 포함한 시장 여건을 고려해 취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