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반란…수입차 1위 BMW 아성 흔들린다
[ 안혜원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세 달 연속 판매 1위를 지켰다. 올해 들어서는 월 단위로 여섯 번째 1위다.

BMW는 비상이 걸렸다. 이대로라면 지난 7년간 지켜왔던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벤츠에 내줘야한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효준 BMW 사장(사진)의 독주 아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줄어든 1만6778대로 집계됐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누적 수입차 판매량도 전년 동기(17만9120대) 보다 7.8% 감소한 16만5189대였다.

인증서류 조작으로 인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판매중지 처분을 받으면서 수입차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아우디 506대, 폭스바겐은 184대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 각각 3401대, 2901대씩을 판매한 것과 비교해 85.1%와 93.1% 급감했다.

기존 수입차 4강 구도를 이뤘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주춤한 사이 벤츠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침체된 수입차 시장에도 불구하고 신형 E클래스의 성장세를 앞세우며 판매 고공 행진을 보이는 모습이다.
신형 E클래스. /벤츠코리아 제공
신형 E클래스. /벤츠코리아 제공
2009년 이후 줄곧 유지돼오던 BMW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매년 벤츠와 BMW는 수입차 시장의 1위 자리를 두고 경쟁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승자는 늘 BMW였다.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올 초 김효준 사장은 올해 판매량 목표를 5만대 이상으로 잡고 수입차 1위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은 기간 석 달 동안 1만8130대, 월 평균 6000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에도 BMW는 벤츠에게 큰 폭으로 밀렸다.

9월 벤츠는 5087대 팔리며 3031대인 BMW를 가뿐히 넘어섰다. 1~9월 누적 판매 수치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벤츠는 3만8594대를 기록하며 3만1870대 팔린 BMW를 크게 앞섰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1위는 벤츠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김효준 사장의 영업 전략 변화가 판매 부진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BMW의 영업 방식이 '제 값 받기'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 판매에 열을 올리던 기존과는 달리 제 값을 받겠다는 식으로 영업 방식을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할인 폭이 크게 줄어든 만큼 판매량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BMW는 올해 하반기 '견적서 실명제'를 도입했다. 덕분에 상반기까지 1000만원 이상 할인을 해오던 520d를 최대 할인폭은 700만원까지 줄었다.

신차 부재도 영향을 미쳤다. 벤츠는 7년 만에 신형 E클래스를 내놓고 9월 판매 1위(E220d)와 2위(E300)을 독식했다. 4분기에는 GLS, GLE 쿠페 등 신차 2개를 추가로 내놓는다. 반면 BMW는 4분기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남은 기간 BMW에게 반전의 카드가 없는 만큼 벤츠의 연간 판매 1위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 신형 E클래스의 강세가 올 연말까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E클래스의 인기에 대항할 만한 신차가 없는 BMW의 막판 역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