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의사록 공개…한은 "미국 금리인상, 9월보다 12월 가능성 높아"
"금리인하로 생산성 낮은 부동산의 유동성 확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 달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동결할 때 가계부채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0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A금통위원은 "가계부채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합리화 조치 이후 은행 위주로 대출이 늘어났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상호금융 등 비은행 대출이 많이 증가하고 있어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등 가계부채의 증가 폭이 컸던 국가들의 가계소비성향이 하락한 분석 결과를 거론하며 "가계부채 부담이 크면 소비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위원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론과 신용협동기구 대출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가계부채관리 협의체를 통해 비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거시건전성의 감독 강화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C위원은 "가계부채가 여신 건전성의 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위험)가 커지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위원도 "최근 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신용위험 경계감 등으로 대기업 대출보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부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자영업자의 경우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지난 25일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천257조3천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54조2천억원 늘었다.

금통위 회의에서는 건설업과 부동산에 쏠리는 자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건설경기의 호조가 내수에 어느 정도 낙수효과를 나타내는지 불확실하고 가계대출과 더불어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작용 등 금융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금리 인하로 확대된 유동성이 부동산, 건설 등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주로 공급되면서 통화정책이 효율적인 금융중개를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말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60조2천억원으로 석달 사이 5조8천억원(3.7%) 급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경우 작년 말과 금년 초와 같이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을 배제할수 없을 것"이라며 외환부문 안전판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은 실무부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에 관한 질문에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Federal Funds Rate) 선물에 내재된 금리인상 확률을 보면 9월보다 12월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답변했다.

수출 부진도 언급됐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비관세장벽, 수입규제 등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과거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최근 수출 감소가 국제분업의 약화,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경쟁력 저하,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진단하고 "글로벌 교역 부진이 일부 개선되더라도 수출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