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킴스클럽과 티니위니에 이어 알짜배기 부동산 처분에 나섰다.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채권단의 차입금 상환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른자위’ 땅 매각 나서

재무개선 나선 이랜드, 홍대·강남 땅 매각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서울 홍대입구역, 합정역 인근 토지와 강남역 주변 상업·업무시설 등 보유 부동산 입찰을 위한 공고를 냈다. 이랜드는 당초 이 부동산을 시내면세점과 계열사 호텔(켄싱턴호텔) 부지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급한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이랜드는 설명했다. 부동산 매각은 이랜드그룹 계열 부동산개발업체인 이에셋투자개발이 담당한다. 이랜드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땅은 합정역(지하철 2·6호선) 인근 서교동 395의 43 일대 6개 필지(대지면적 6735㎡)다.

양화로 대로변에 접해 있는 이 땅은 지난해 이랜드그룹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면세점 부지로 점찍었던 자리다. 이랜드는 면세점 사업자에 선정되지 못하자 이곳에 지하 7층~지상 16층 358실 규모의 특1급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건축 인허가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최저 입찰가는 1100억원으로 매겨졌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인근에 있는 동교동 162의 5 필지(대지면적 1577㎡)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홍대 걷고 싶은 거리와 연남동 근처라는 점 때문에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이곳도 지상 17층 297실 규모의 관광호텔로 건축 인허가를 마쳤다. 최저 입찰가는 715억원이다.

이랜드그룹은 이 밖에 2000년 분양한 역삼동 점프밀라노 빌딩 내 상업·업무시설 526개호실(분양면적 1만1578㎡)도 매물로 내놨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있는 건물이다. 대지권 면적은 1336㎡로 최저 입찰가는 1600억원에 달한다. 이랜드그룹은 오는 24일 가산동 본사에서 입찰한다.
재무개선 나선 이랜드, 홍대·강남 땅 매각
“부채비율 낮추는 게 시급”

이랜드가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알짜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은 재무구조 개선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킴스클럽과 티니위니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부동산 매각에 나선 이유로 알려졌다.

이랜드는 킴스클럽과 티니위니 등의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킴스클럽은 미국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랜드는 킴스클럽의 경영권과 5년치 점포사용료 등을 합쳐 5000억원 선에 매각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달로 예정된 본계약이 이달로 미뤄졌다.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의 매각 본입찰도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알짜배기’ 사업에 이어 노른자위 땅까지 매각에 나선 것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당초 계획한 기업공개(IPO)와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 IPO)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랜드그룹은 중국 현지법인인 이랜드인터내셔널패션상하이와 이랜드패션상하이를 통합한 뒤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2013년 399%까지 올랐다. 이듬해 345%로, 지난해엔 303%까지 낮췄다. 이를 200%대까지 내린다는 게 이랜드그룹의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미 호텔 인허가를 받은 부동산을 매각하면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부채비율을 낮추고 신용등급을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홍선표/민지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