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조조정·성과연봉제 도입 등에 夏鬪 격렬해져
"경제위기 속 구조조정 실기·경쟁력 약화" 우려도

자동차, 조선, 금융, 공공부문 등 주요 부문에서 '파업 도미노'라고 부를 정도로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의 임금·단체협상에 대규모 구조조정, 성과연봉제 도입 등에 대한 저항이 맞물린 결과다.

노동조합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夏鬪' 본격화…차·조선·금융·공공부문 '파업 도미노'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19일 동시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두 노조의 동시파업은 과거 현대그룹노조총연맹(현총련) 연대파업 이후 23년 만이다.

현대차 파업은 사측과의 임금협상에 진전이 없는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기본급 7.2%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의 승진 거부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중단과 노조의 경영 참여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종 노조연대 소속 8개 노조도 부분 파업을 하거나 집회를 연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22일 전국 15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인다.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 있는 모든 사업장에서 사측이 개악안을 제출해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또한 정당한 교섭요구를 묵살했기 때문에 총파업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22일 6시간 이상 파업과 조합원 상경투쟁에 이어 23일 특근 거부 투쟁 등을 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해고연봉제 저지, 관치금융 철폐'를 내걸고 1만여개 점포 및 분회에서 10만여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시중은행은 물론 금융공기업, 금융유관기관 등이 모두 참여한다.

총파업이 가결되면 지부별 순회집회, 지부 합동대의원대회 등을 거쳐 9월 중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국교직원노조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9월 27일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9월 27일까지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 및 민영화 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철도노조뿐 아니라 서울·부산지하철,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가스공사, 서울대병원 등 공공부문 노동자 6만여 명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 "파업은 노사 공멸…대화로 합의점 찾아야"
파업은 노동조합의 고유 권한이지만, 경제난에 처한 서민들의 눈길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평균 연봉이 9천400만원에 달하면서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회사원 김정관(45) 씨는 "열심히 일한 댓가를 받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월급 100만원, 200만원 받는 서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더구나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최후의 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충 교섭을 진행하다가 파업을 벌여 더 높은 임금과 복지 조건을 따내는 것을 관행으로 삼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업은 노조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파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파업을 되풀이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노조의 세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조선 부문의 파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재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 모두 고용유지 능력이 없다는 엄혹한 사실을 노조는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노조가 이를 직시하지 않고 기득권에만 집착하면 사회적 신뢰를 잃어 결국 망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용부는 자동차나 조선, 공공부문 등에서 불법 파업을 단행하다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사가 협력해 자구 노력을 하지 않고 파업을 벌이는 대기업 조선업체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성과연봉제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는 자세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의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상당한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노조를 충분하게 설득하고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을 납득시킨 후 추진하려는 정부의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