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실현" vs "시너지 없어"

금융당국이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합병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론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해운사의 정상화가 마무리되면 두 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두 해운사가 모두 정상화됐을 때를 전제한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감자와 출자전환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배주주로 부상하게 돼 향후 상황에 따라 채권단 주도로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

임 위원장의 발언에 두 해운사는 일단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진의 파악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론은 작년 9월께 처음 불거졌다.

경기불황과 선박운임의 비정상적인 하락으로 두 회사의 경영난이 이어지자 정부가 두 해운사의 강제 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금융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후 두 해운사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지속해서 합병설 흘러나왔다.

해운업계에서는 합병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쪽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합병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실제 해외에서는 해운업 장기 불황을 극복하려는 조치로 선사들 간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작년 10월 중국 양대 국적 선사인 코스코(COSCO)와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이 합병했고,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3위인 프랑스 CMA-CGM도 최근 싱가포르 선사 APL을 인수했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USAC와 합병을 협의 중이다.

두 회사가 자율협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 단독 회사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의견도 합병 찬성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에 비해 합병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상적인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항로와 해운 서비스 등 측면에서 차별점이 없어 '1+1=2'의 이론적인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모두 매출 대부분이 컨테이너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다.

북미, 유럽 등 운항 노선 역시 대부분 중첩된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겹치는 항로와 인력 등을 대규모로 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것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40여 년간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나름의 입지를 다져온 두 기업이 회생한 뒤에도 굳이 합쳐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어찌 됐건 합병 검토 발언은 양사의 경영 정상화를 압박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