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등장한 세계 2위 건설 중장비업체 고마쓰의 방송화면.
드론이 등장한 세계 2위 건설 중장비업체 고마쓰의 방송화면.
사물인터넷(IoT)이 산업 현장을 바꾸고 있다. 공장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도 IoT 기술 도입이 한창이다.

◆IoT가 바꾸는 건설현장

세계 2위 건설중장비업체인 일본의 고마쓰는 최근 광고 주인공을 굴삭기, 불도저에서 드론으로 바꿨다. 고마쓰의 드론은 텅 빈 건설 부지 위를 부지런히 날아 구석구석 촬영한다.

드론이 찍은 영상은 자동으로 3차원(3D) 데이터로 전환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다. 소프트웨어가 부지 면적을 계산하고, 장비들이 굴착해야 할 양을 측정한다.

3D 설계안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작성되고 시공 계획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측량 기사나 엔지니어 없이도 필요한 굴삭기 등 중장비와 시공기간, 비용 등이 계산된다.

고마쓰는 IoT를 활용해 스마트 건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건설은 시공을 제외한 모든 과정이 가상 공간인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뤄지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정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고마쓰는 이 같은 스마트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2014년 미국의 드론 제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스카이캐치에 자본을 투자했다. 고마쓰는 스카이캐치와 함께 일반 상업용 드론 및 건설 현장에 특화한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산업용 소프트웨어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도 푸네시에 있는 GE의 ‘생각하는 공장’ 생산설비 앞에는 직원이 한 명도 서 있지 않다.

직원들은 생산설비에서 떨어져 태블릿PC를 들고 공정과 제품의 개선점에 대해 논의할 뿐이다. 아밋 쿠마르 GE남아시아 공급관리 이사는 “푸네공장은 산업인터넷을 통해 설비, 공정, 공장 최적화까지 하고 있다”며 “공장 안에 있는 모든 설비와 제품에서 보내는 정보가 산업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실시간 공유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기계 앞을 지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치열해지는 국가 간 표준경쟁

스마트공장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제조업 강국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다른 국가 및 기업의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정해지면 지금까지 개발하거나 사용해온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2011년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 전략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채택했다. 고성능 산업기계와 물류, 생산설비에 IoT, 센서 등을 접목해 최적화된 제조·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골자다.

제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도 표준 전쟁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지난해 일본 기계학회를 중심으로 후지쓰, 히타치, 덴소, 미쓰비시 등이 참여하는 ‘산업용 가치사슬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제조업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포괄할 수 있는 산업인터넷 운용체제(OS)를 구축해 세계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독일이 개발하는 각각의 기술 표준을 포괄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GE와 AT&T, 시스코, IBM, 인텔 등을 중심으로 2014년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을 설립했다. 이 컨소시엄엔 2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