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다음달 말로 예상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5~6조원의 공모자금으로 해외 면세점, 명품 브랜드 인수에 적극 나선다.

18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기업공개(IPO) 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19일엔 2015년도 결산까지 포함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장 실무 절차를 밟는다.

롯데는 증권신고서 제출 직후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에 나서고, 여기에 수렴된 의견과 수요 예측 등을 바탕으로 주간 증권사는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전체 호텔롯데 주식의 35%를 개인·기관투자자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25%는 신주를 발행하고, 10%는 기존 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구주매출)하는 방식으로 공모가 진행된다.

계획대로 공모가 마무리되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계 주주의 지분율은 결과적으로 98%에서 65%까지 떨어진다. 예전처럼 롯데의 일본 계열사(투자회사 포함)들이 전적으로 호텔롯데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게 되는 것.

상장 후엔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해야 하는만큼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측면에서도 시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롯데 입장에서 상장의 또 다른 이점은 막대한 자금을 모아 그룹의 핵심 부문인 호텔·면세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 공모가는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등을 거쳐 확정되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호텔롯데 예상 공모가 범위는 주당 9만원~12만원 수준이다.

그동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호텔롯데 주식은 되도록 많은 주주들이 소유할 수 있는 대중적 주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10만원 안팎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 공모가와 호텔롯데의 공모 주식 수(기존 주식수 1억235만주×0.35) 등을 고려하면 호텔롯데는 이번 공모를 통해 최소 5조5000억, 많게는 6조원 공모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는 상장으로 거머쥔 '실탄'의 상당 부분을 인수·합병(M&A) 등 공격적 성장 전략에 투자할 계획이다. 5조~6조원에 이르는 공모자금 가운데 2조원 정도는 이미 면세점의 M&A 자금으로 거의 용도가 정해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무디리포트 집계) 듀프리(스위스·48억5000만유로)·DFS그룹(미국·37억5000만유로)에 이어 세계 3위 면세점(33억4600만유로)이다. 만약 2조원의 공모자금으로 대형 M&A를 1∼2건 성사시킬 경우, 2위 DFS를 제치고 1위 듀프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롯데의 전망이다.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아예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해외 명품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면세점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가 주요 명품 브랜드 입점에 좌우되는만큼 명품을 직접 계열사로 거느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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