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투자부적격' 경고…증권사 '매수추천' 일색

한진해운이 지난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할 정도로 재무사정이 악화된 가운데 관련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작년 말부터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장기신용등급을 지난해 12월18일 변동성을 안고 있는 보통 수준의 신용 상태인 BBB-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B+로 강등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BB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자율협약 신청이 결정된 지난 22일 B-로 등급을 더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작년 12월18일 BB+ 등급으로 강등하는 등 한국신용평가와 비슷하게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낮추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보다 조금 이른 지난해 11월13일 한진해운에 BB+ 등급을 부여했다.

자율협약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신용평가 3사는 4~5개월 전부터 투기등급 수준으로의 강등으로 한진해운에 대한 경고음을 낸 셈이다.

이를 예전의 사례에 견줘보면 비교적 재빠른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신평사들은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이 드러난 직후 황급히 신용등급을 낮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2012년에도 웅진홀딩스에 최고 A- 등급까지 부여했다가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간 후에야 부랴부랴 채무불이행 상태를 의미하는 D등급으로 내렸다.

물론 한진해운의 경우도 재무사정이 수년에 걸쳐 나빠졌음에도 신평사들이 불과 몇 달 새 신용등급을 주르륵 내린 것에 대해선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의 재무상황은 2~3년 전부터 급속히 나빠지고 있었다"며 "이제 와서 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미루고 미뤄온 결정을 서둘러 내린 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향은 해외거래에 악역향을 줄 수 있다"며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신평사들은 등급을 섣불리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평사들이 다소 미흡하긴 했지만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사전 경고음을 울린 반면에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참고하는 증권사 기업분석 리포트는 최근까지도 한진해운 주식과 관련해 매수 추천 일색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 3천540원에서 27일 종가는 1천900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러나 올 들어 한진해운을 분석한 증권사 보고서 10건 중 매도 의견을 낸 것은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중립), KB투자증권(보유), HMC투자증권(시장수익률),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중립) 등 유수의 증권사들은 주가와 신용등급이 동반 추락하는 와중에도 매도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가시화된 이달 들어 보고서를 내놓은 키움증권과 KTB투자증권은 한진해운 목표주가를 각각 3천500원과 4천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올 1분기 실적은 부진하지만 다가오는 성수기에 기대를 건다"며 투자의견으로 '시장수익률 상회(시장대비 10∼20% 주가 상승 예상)'를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김현정 기자 ljungberg@yna.co.kr,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