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맨 왼쪽)이 28일 전·현직 임직원과 함께 서울 종로구 본점에서 영업부 간판을 ‘한국SC은행’에서 ‘SC제일은행’으로 바꾸는 제막식을 열고 있다. SC제일은행 제공
박종복 SC제일은행장(맨 왼쪽)이 28일 전·현직 임직원과 함께 서울 종로구 본점에서 영업부 간판을 ‘한국SC은행’에서 ‘SC제일은행’으로 바꾸는 제막식을 열고 있다. SC제일은행 제공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28일 아침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사거리에서 ‘SC제일은행’ 어깨띠를 두른 노신사들과 함께 시민에게 홍보 전단을 나눠주는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박 행장과 함께 SC제일은행 홍보에 나선 이들은 수십년 세월을 옛 제일은행에서 일하다 퇴직한 전 은행원이다. 4년여 만에 ‘제일’ 브랜드를 다시 도입한 SC제일은행이 이날 본점 간판을 바꾸는 제막식을 열자 홍보 지원을 자청했다. 신중현 전 제일은행 상무(80)는 “4년 전 제일은행이란 이름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거래를 끊을 만큼 속이 상했는데 이제 고향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옛 '조상제한서' 중 부활한 '제일' 브랜드…"친숙한 은행으로 다가가겠다"
제일은행의 모태는 1929년 설립된 조선저축은행으로 1958년 12월 은행명을 제일은행으로 변경했다. 1990년대 초·중반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보다 많은 법인세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여신이 많던 제일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1999년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에 넘어갔다가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제일은행 이름을 쓰기 시작한 지 53년 만인 2011년 12월 은행명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뀌면서 ‘제일’ 브랜드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박 행장은 은행 성장을 위해선 제일은행 브랜드 부활이 꼭 필요하다고 끈질기게 영국 본사를 설득했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외형 성장과 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이룬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박 행장은 “쫓겨날 각오를 하고 영국 본사를 설득해 옛 이름을 되찾은 것은 과거 1등 은행의 정신을 이어 재도약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인터넷,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콜센터, 다이렉트뱅킹 등 모든 채널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때 시중은행을 상징하던 말인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중 제일을 제외한 다른 은행은 모두 사라졌다. 조흥은행은 2006년 신한은행에 통합됐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1999년 합병을 거쳐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이 됐다. 서울은행은 2002년 하나은행에 흡수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