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업계 '될 놈'만 키운다
인도계 타타스틸이 영국 내 제철소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는 등 선진국 철강산업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중국 철강업계는 구조조정 이후 다가올 좋은 시절을 대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지난 10년간 두 배로 증가했다. 작년 수출량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값싼 중국산 철강이 쏟아져나와 지난해 세계 철강 가격은 30% 떨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철강사는 ‘악’ 소리 나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물론 중국에서도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소유한 상위 10개 철강사의 사정과 그 아래 회사들의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FT는 “상위 10개사가 중국에서 차지하는 생산량 비중은 3분의 1 정도인데 정부는 이 비중이 너무 낮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2위 회사인 바오산강철은 지난해 순이익이 82.5% 감소했지만 올해 신기술을 도입해 생산량을 20% 늘릴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작고 낡은 제철소를 닫고 근로자를 재배치해 우한철강 등 대형 회사의 효율적인 제철소 위주로 철강업을 재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토마스 구티에레스 컬러니시커머디티 아시아 편집자는 “중국 정부는 5년 뒤 더 경쟁력 있는 철강산업을 만들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평가했다.

리신촹 중국야금공업규획연구원장은 “가장 뛰어난 철강회사는 생산시설을 개선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책) 프로젝트 등으로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좀비기업’이 지방정부와 결탁해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등 걸림돌도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타타스틸은 영국 제철소를 인수하려는 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폐쇄 절차에 들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 철강업계 로비단체인 유로퍼 관계자들은 “영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잘보이기 위해 고율의 반(反)덤핑 관세를 부과하려는 노력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