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대출' 늘어난 듯…은행보다 상환 부담 커

지난해 가계, 기업 등이 상호금융을 비롯한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을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형편이 어려운 계층에서 생계형 대출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신용공여 등 여신 잔액은 636조7천843억원으로 2014년 말보다 9.3%(53조9천334억원) 증가했다.

이 통계의 비은행금융기관은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을 포함하고 대부업체는 들어가지 않는다.

지난해 여신 증가액은 2014년의 38조7천953억원보다 15조1천381억원(39.0%) 많은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63조3천583억원)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금융기관별로 살펴보면 저축은행의 여신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2014년 말 30조281억원에서 작년 말 35조5천838억원으로 1년 사이 18.5%(5조5천557억원) 급증했다.

신용협동조합도 작년 말 43조5천820억원으로 14.9%(5조6천366억원) 늘었고 상호금융 잔액은 197조228억원으로 8.1%(14조7천375억원) 증가했다.

새마을금고는 1년 동안 9.9%(6조7천326억원), 생명보험사는 8.3%(8조2천670억원) 각각 늘었다.

올해 1월에도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11조4천882억원이나 증가했다.

가계와 기업이 제2금융권에서 빌린 금액은 은행의 절반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

작년 말 은행권의 대출금 잔액은 1천346조8천158억원으로 7.7%(96조7천125억원) 늘었다.

이처럼 제2금융권 여신이 급증한 것은 예금액 증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비은행금융기관의 수신 잔액은 1천911조1천4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1%(175조9천637억원) 불었다.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많이 몰렸다.

그러자 금융기관들은 가계나 기업이 맡긴 돈으로 수익을 내려고 대출 확대에 힘쓴 것이다.

또 2금융권의 여신 증가는 경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금융권은 은행보다 대출 심사가 덜 까다롭기 때문에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의 접근도가 높다"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2금융권에서 생계형 대출 수요가 늘어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2금융권은 금리가 은행보다 높기 때문에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올해 1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12.09%로 은행의 가중평균 대출금리(3.49%)의 3.5배나 된다.

신용협동조합(4.68%)), 상호금융(3.99%), 새마을금고(3.93%) 등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도 은행보다 높았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