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짓기 힘든 나라, 한국] 중국 추격 따돌릴 파주 OLED 공장 급한데…레미콘 기사들 갑작스런 '5시 칼퇴근'에 발목
얼마 전 찾은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P10 공사현장에는 여기저기 천막이 처져 있었다. 땅이 얼면 천막을 치고 땅을 녹인 다음 공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날씨가 추우면 하루쯤 공사를 쉬는 게 낫지 않으냐고 묻자, 현장을 관리하고 있는 김영배 GS건설 부장은 “공사 일정을 맞추는 건 목숨과도 같다”며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쉬는 날이 없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이 공장을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공장을 가동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대량 생산해 값을 낮춰야 회사의 생존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기존 주력제품은 액정표시장치(LCD)였다. 하지만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LCD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힘들어졌다.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에는 적자를 낼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무기로 삼은 것이 OLED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3년째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를 생산하고 있다. 사업은 아직 적자다. 삼성 등이 대형 OLED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시장이 생각만큼 커지지 않아서다. LG디스플레이는 “스스로 시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 P10이다. P10을 통해 OLED 시장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생산단가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그런 만큼 공장을 제때 준공하는 것은 LG디스플레이엔 절체절명의 과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지도 않은 걸림돌을 만났다. 레미콘 작업이다. 오전에 날씨가 추워 작업을 못 하면 오후에라도 해야 하는데 레미콘 기사들은 무조건 오후 5시에 퇴근해버린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올해 1월1일부터 소속 기사들에게 무조건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강요하고 있어서다. 수수료 인상을 위한 협상용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추가 수당을 주겠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가 자체 레미콘 공장을 짓는 것이다. 레미콘 기사들 없이 직접 레미콘을 수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레미콘 공장을 지으면 GS건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레미콘트럭 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이해할 수 없는 연합회의 방침 때문에 ‘모두가 지는 게임’을 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파주=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