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해외 PF 강화"…이덕훈 행장 "수수료 수익 확대"

양대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수장들이 올해 들어 나란히 수익성 개선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업종 등에 걸친 구조조정 여파로 국책은행이 적자를 낼 정도로 수익성이 나빠진 데 따른 움직임이다.

산업은행 이동걸 신임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각각 올해 업무를 시작하며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각각 수익성을 내기 위한 방안을 소개했다.

이동걸 회장은 18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구조조정 등이 한 축이라면, 우리의 적자는 곧 세금의 유출인 만큼 다른 축으로 수익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칫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씀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먹고살 것은 벌어야 한다"며 수익 창출을 모색할 분야로 글로벌사업을 꼽았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규모 PF를 주선함으로써 해외 투자은행(IB)처럼 주선 수수료 수익을 내고, PF 대출을 통해 이자를 받는 등의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해외 PF에서 11건, 13억6천400만달러의 금융을 주선해 2014년 5억2천800만달러(8건)보다 두 배 이상 늘렸다.

이 회장은 "(산은이) 해외 프로젝트의 파이낸싱에 절대적 지원군이 돼야 한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 관련 기관과도 만나 글로벌 지원에 나서 우리의 사업프로젝트가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앞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지난 1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익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덕훈 행장은 "지금까지 수출입은행의 연간 영업이익은 6천억∼7천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목표는 2조원까지 늘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수익성 강화 방안으로 우선 수은채의 조달 비용을 줄이면서 대출 금리를 높이는 방안을 거론했다.

또 금융컨설팅에서 수수료를 받고, 대주단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데에서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방법 등의 구상을 설명했다.

이렇게 양대 정책금융기관의 수장이 수익성 개선을 강조하는 것은, 거듭 악화하는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직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적자를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 2015년 영업실적(잠정치)' 자료를 보면 농협·수협·기업·산업 등 특수은행은 지난해 9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가운데 이미 잠정 실적을 공시한 농협은행(1천763억원)과 기업은행(1조239억원)이 합계 1조원 넘는 순이익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은행 등의 적자 규모는 2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수출입은행은 2014년 말 10.50%에서 지난해(잠정) 10.11%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회장은 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BIS 비율이 14.7∼14.8% 수준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BIS 비율은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2010년말 17.58%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다 보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데 있어 은행의 건전성이 중요한 포인트이고, 국책은행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기에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재정으로 무작정 증자를 통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공공적 역할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도 수익성 제고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박의래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