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앞서 이를 도입한 덴마크와 달리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통화가치 방어를 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경기부양이나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스웨덴의 최대은행인 노르디아 은행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라는 극단적 조치는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를 방어하는데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전했다.

이에 따라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덴마크는 성공사례이지만, '경기부양'과 '물가상승률 신장'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BOJ와 ECB는 실패 사례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헬게 페데르센 노르디아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금리는 자국 통화가치를 약세로 조정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대출을 부양하는 쪽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효과적이었던 것은 정책목표가 덴마크의 통화가치를 방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7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덴마크와 2014년 12월에 적용한 스위스는 작년 초에 정책금리를 -0.75%까지 낮췄다.

투기꾼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스위스는 비록 유로화 대비 스위스 프랑의 환율을 1대 1.2로 유지하는 최저 환율제를 포기했지만, 덴마크는 유로화에 대한 페그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페데르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는 성공적이지 않았다"면서 "ECB의 정책 결정자들은 점점 더 필사적으로 바뀌고,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스코트 마더 패시픽 투자운용 상무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신장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필사적으로 보이며, 금융과 경제의 안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젠 SLJ매크로 파트너스의 공동 창립자는 "중앙은행들은 이제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라기보다는 문제를 만드는 존재가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3년 반째인 덴마크는 통화가치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신용시장에서는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

덴마크의 단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마이너스이며, 수도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은 솟구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산가격 폭락을 겪은 덴마크는 이제 다시 자산가격 버블 위험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덴마크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정책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돼야 한다고 예스 아스무센 한델스방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