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임시직원'…임원의 세계
기업과 금융회사 임원은 ‘별’로 불린다.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대졸 신입사원 1000명 중 임원이 되는 사람은 7.4명(한국경영자총협회·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단 되고 나면 신분이 달라진다. 급여가 두 배 안팎으로 뛴다. 자동차도 받는다. 법인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사무실 집기가 바뀌고 기업에 따라선 전용 사무실도 나온다. 부장 때와 비교해 많게는 100여가지가 달라진다는 얘기도 있다. 오래전부터 ‘월급쟁이의 꿈’으로 불린 이유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출근 시간이 빨라진다. 참석해야 할 회의와 봐야 할 보고서가 폭증한다. 책임도 커진다. 실적이 나쁘거나, 사고가 터지면 언제라도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최근엔 한 가지 특징이 더해졌다. ‘단명(短命)’이다. 이달 초 이뤄진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새로 상무가 된 사람은 197명이다. 퇴임한 임원은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임원이 된 지 1~2년밖에 안 된 사람도 상당수 옷을 벗었다.

다른 회사도 다르지 않다. 불황 여파로 임원 승진 1~2년 만에 짐을 싸는 사람이 상당수다. 임원이 되면 최소 3년을 보장하던 몇 년 전과는 판이하다. ‘임시 직원’인 임원이 가장 쉬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사장은 “권한 못지않게 책임이 커지고, 화려하지만 불안한 것이 기업 임원의 두 얼굴”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