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롯데] 10년간 35개사 인수, 매출 4배로…'글로벌 롯데' 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엔 3조원을 투자해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를 사들였다. 2018년까지 ‘아시아 톱10기업’을 추구하는 그룹의 비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의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은 올 들어 가장 치열한 기업 인수합병(M&A) 거래로 꼽힌다. 당시 SK그룹, 한국타이어-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PEF) 등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두 차례의 본입찰에도 승부가 갈리지 않아 경매호가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이 치러졌다. 경매호가입찰에선 인수 의지와 빠른 의사결정이 승패를 결정짓는다. 신 회장은 ‘반드시 인수하자’며 의지를 불태웠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지난 9월 뉴욕 맨해튼의 특급호텔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할 때도 신 회장의 승부수가 빛을 발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이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에 팔리면서 뉴욕팰리스호텔이 유일한 인수 가능 매물이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인수를 결심한 지 불과 2~3개월 만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도록 독려했다. 인수가 확정된 직후에야 롯데그룹 인수 담당자들은 또 다른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가 뉴욕팰리스호텔을 노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신 회장의 과감성은 치밀한 사전준비에 따른 정확한 상황 판단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KT렌탈이 매물로 나왔을 때 그는 ‘앞으로 다가올 사회에선 공유경제가 일상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할 때도 롯데호텔의 글로벌 인지도를 단번에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봤다.

신 회장이 강조하는 M&A전략은 △기존주력 사업과 시너지 창출 △글로벌 선도기업과 제휴를 통한 경쟁력 강화 △해외거점 지역별 사업 강화 △메가트렌드사업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등 네 가지다. 롯데 관계자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 외엔 아무리 좋은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2004년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뒤 롯데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했다. 취임 후 10여년간 M&A 건수가 35건에 달한다.

화학 분야 수직계열화를 위한 투자도 진행돼 왔다. 2004년 KP케미칼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회사인 파키스탄 PTA(2009년), 영국 석유화학 회사 아르테니우스(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회사 타이탄(2010년), 항공소재 회사인 테크항공(2010년)을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현지 법인도 세웠다.

이번 삼성의 화학사업 인수에 3조원의 비용이 들지만 ‘문제없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2008년부터 계열사별로 우량 회사채를 발행해왔고, 2010년부터는 계열사들이 부동산을 팔아 실탄을 마련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준비된 자금력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정영효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