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에 빈 곳 없나요"…삼성전자가 사무실 찾는 사연은
삼성전자가 서울 테헤란로 주변에서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사무 공간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우면동 연구개발(R&D)센터 완공 등으로 사무실은 오히려 남아돈다. 공실을 없애기 위해 태평로에 있는 삼성생명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총무팀이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는 것은 퇴임 임원을 위해서다. 삼성은 통상 연말 인사 때 퇴직하는 임원 일부에게 사무실을 내준다. 예우 차원에서다. 지금도 테헤란로와 학동로 인근에 물러난 임원을 위한 사무실이 있다. 삼성전자가 퇴임 임원을 위한 사무실을 추가로 찾고 있는 것은 연말 인사 때 옷 벗을 임원이 예년보다 많을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주변에선 임원 20~30% 감원설이 나돌고 있다. 현재 임원 수는 1324명(6월 말 기준)으로, 4년 전(1001명)보다 32.3% 많다.

삼성은 사장이 물러나면 상담역, 부사장·전무는 고문으로 2~3년간 예우한다. 사장급 상담역에겐 3년간 기존 연봉의 70%와 기사 및 사무실을 제공한다. 일부는 3년 후 자문역으로 위촉해 3년을 추가로 예우받기도 한다. 반도체사업에서 큰 공을 세운 이윤우 삼성전자 고문, 초대 법무실장을 지낸 이종왕 삼성전자 고문 등은 정해진 기한 없이 예우를 받고 있다. 사장이지만 자문역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해외프로젝트에서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지난해 물러난 박기석 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대표적이다.

전무, 부사장급에겐 고문 자리를 내준다. 해당자는 그해 퇴임자의 10% 수준이다. 공헌이 많았거나 활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2~3년간 기존 연봉의 80%와 사무실, 차량을 지원한다. 현재 고문 대우를 받는 사람은 수십명에 불과하다. 상무급 일부에게도 비상임 자문역을 맡긴다. 자문역에겐 월 수백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 임원 인사폭이 예년보다 훨씬 크다면 고문으로 위촉하는 사람도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