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물리고 명단 공개·징역형·자금출처 소명 등 처벌수위 높여도…신고 안한 해외금융계좌 3년새 10배 늘었다
해외금융계좌를 갖고 있으면서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된 금액이 3년 새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미신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미신고액이 급증하고 있어 국세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된 금액이 685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처음 신고를 받을 당시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된 금액은 679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2년 969억원으로 늘었고 2013년엔 2961억원에 달하는 등 해마다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금융계좌 자진신고제도는 당초 역외탈세를 차단하고 국민의 해외재산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0년 말 도입됐다. 신고는 2011년부터 받기 시작했다. 한 해 동안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한 차례라도 해외금융계좌의 합계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경우가 대상이다. 초기엔 당좌예금만이 대상이었으나 점차 확대돼 현재는 예금뿐 아니라 주식, 보험, 채권 등이 모두 신고대상이다.

도입 첫해엔 미신고 때 미신고 금액의 10% 이하 과태료를 내는 게 처벌의 전부였다.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는 처벌 수위를 갈수록 높여 가고 있다. 2013년엔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명단이 공개되는 제도가 도입됐고 지난해부터는 미신고 시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 5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미신고 금액의 10%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올해부터는 미신고 시 자금출처까지 소명해야 하는 의무가 추가됐다. 자금출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미신고 금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즉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미신고 과태료 최대 10%, 벌금 최대 10%, 미소명 과태료 최대 10% 등 해외계좌에 보유한 금액 중 최대 30%를 벌금·과태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2011년 10억원에 그쳤던 과태료 수입은 지난해 320억원을 기록하는 등 크게 늘었다.

이처럼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미신고 적발액이 더 늘어나는 것에 대해 국세청은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국세청과의 공조 등을 통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해외계좌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적발액도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개개인의 해외계좌 확인이 어려운데다 신고 시 과거 소득내역, 해외재산내역 등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고소득자·자산가들이 신고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소속 세무사는 “최근 해외 조세당국과 한국 국세청의 계좌정보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인의 해외계좌 정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적발 시 부과되는 과태료가 자진신고 때 내야 하는 소득세 등 세금보다 적다고 판단되면 일단 미루고 보자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